강성익 제주도 초대 민선 지사가 선거전을 치르면서 제주-목포간 대교(大橋)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로부터 이미 반세기가 지났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도 가끔 제-목대교(濟-木大橋), 또는 제주-완도 해저터널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곤 한다. 요즘 그 비슷한 구상이 중앙 정치권에서 제시돼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내년 대선(大選)의 유력 예비주자(走者)인 이 명박 전 서울시장의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그것이다 이명박씨의 구상은 이렇다. 우선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京-釜)운하와, 금강-영산강을 잇는 호남 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말 그대로 한반도 대운하시대를 열어보자는 포부다. 물론 이 구상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상정(想定)한 것으로서, 일종의 선거 공약적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연 환경이 훼손 될 것이고, 운하도 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기가 쉽지않고, 수익성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설사 민자를 유치한다 해도 사업자가 나타나겠느냐는 것도 반론 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 대운하’야말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일으켜 세워 국운(國運) 융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명안(名案)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지난 10월 24일 일부러 독일의 뉘른베르크 대운하를 견학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독일 마인 강과 도나우 강을 잇는 171km의 뉘른베르크 내륙(內陸) 운하를 직접 돌아보며 이 명박 전 시장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잇점 외에는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선 예비주자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설사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여-야-정부-시민단체는 무조건 “안 된다”고 일축만 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뜬구름 같은 발상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지 는 이러한 구상을 해본 사람이 없었기에 말이다. 오랜 옛날을 살던 사람 중에 그 누군가가 인간도 하늘을 나를 수 있고, 바다 밑을 다닐 수 있으며, 달 나라에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면 아마 그 사람은 바보이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인간이 하늘을 날고, 바다 밑을 휘젓고, 달나라에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자만심에 차 있지 아니한가. 이런 점에서 이 명박 전 시장의 구상은 신선감이 있다. 다만 그가 ‘정치적 계산’이라는 여론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구상 중인 내용을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제주-목포, 제주-완도간에 대교(大橋)나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그런 연후에 한강-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京-釜運河)가 아닌, 한강-영산강을 잇는 경-호운하(京-湖運河)를 건설한다면 제주-호남-충청-서울간의 인적, 물적 수송난이 일거에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쪽이야 항공-철도-고속철-고속버스 등 교통 수단이 잘 발달돼 있는데, 경-부 운하마저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운하가 필요하다면 금강-영산강을 잇는 호남운하 대신 영산강과 낙동강을 잇는 영-호(嶺-湖)운하를 만들면 될 성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박씨의 구상이 경-부운하에 치우친다면 바로 영남의 표밭을 겨냥한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신의주까지 연륙교(連陸橋), 혹은 해저터널과 운하만을 이용 해 자유스럽게 오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 강성익 초대 제주도 지사가 일찌감치 제-목대교 건설을 주창한 것도 반드시 그럴 날이 오리란 것을 확신한 데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