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국립대학 법인화
[세평시평] 국립대학 법인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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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은 국가에서 설립하여 관리하고 운영하는 대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 소수림왕 시절 설립된 태학(太學)이 최초의 국립대학이다. 그 뒤 통일신라시대 국학(國學), 고려시대 국자감(國子監)이란 명칭으로 바뀌었고, 성균관(成均館)이란 이름으로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한일합병이후 경성제국대학으로, 해방 이후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이 발효로 지금의 서울대학교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 전국에 42개 국립대학이 있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국립대에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바로 대학을 옭아매고 있는 통제와 간섭을 없애 총장이 책임경영을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마련하여, 2010년까지 서울대를 비롯해 다섯 개 대학부터 법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그렇게 되면 독립적으로 인사와 회계, 조직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교수는 국립대 법인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대의 연구실적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국가의 재정지원은 한계에 부딪혀 있어 어려움이 크다며, 대학의 자율화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이 법인화라면 재도약을 위해 생각해볼만 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리고 대구대 이재규 총장은 법인화만 된다면 관선이사 체제인 대구대와 경북대가 통합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며, 현재 지역대가 가지고 있는 입시생 감소란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통합과 구조개혁은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어렵지만 실현된다면 두 대학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웰빙 캠퍼스를 갖춘 대구대는 경쟁력있는 캠퍼스가 가장 자랑거리다. 일본은 한국에서 법인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검토를 시작, 2004년 87개 국립대의 법인화를 완료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도쿄대는 AAA의 최고 투자등급을 받기까지 하였다. 그 87개 법인이 작년에 모두 약 5700억원의 이익을 냈다. 비용은 줄고 특허수입, 연구지원금수입 등이 늘어난 때문이다. 대학의 활력도 되살아났다. 국립대 법인의 40%가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모셔 들였다. 콧대 높던 도쿄대가 작년 개교 12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맥킨지의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이 대학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총장은 내년 기금 모금 목표를 130억엔으로 잡고서 뛰고 있다. 도쿄대가 개발해 민간 기업에 제공하는 신기술 개발건수는 2003년 300건에서 2004년 550건, 2005년 700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립대 법인화 반대세력도 만만찮다. 그들은 국립대 법인화는 공교육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해 대학의 등록금이 오르고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킬 것이며, 외부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해 대학을 장악하면 자율성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대학의 교수 신분이 불안해지고 경쟁이 심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법인화 추진은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로 교육의 공공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라며, 법인화가 지방의 국립대학을 고사시키는 한편,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방해할 것이라는 견해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매년 수십만 명의 제자들을 경쟁사회로 내보내면서, 교수 자신들만은 무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시원한 낮잠을 즐기겠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따라서 국립대 구성원들은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토론의 장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해 특별법이 국립대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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