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제주의 이미지 온도
[세평시평] 제주의 이미지 온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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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27일 이틀 동안 ‘전국시인축제’가 제주에서 열렸다. 시인축제이니 만큼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인 약 30여명이 제주 땅을 밟았다. 첫날에는 서귀포 칼 호텔에서 이어령 선생의 강연으로 시인축제가 시작했고 저녁에는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에서 도민들과 함께하는 시낭송회가 열렸다. 그리고 다음날은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관광객과 함께한 멋진 시낭송회로 이어져 제주도가 훌륭한 문화공간임을 보여주었다. 이번 행사의 세미나에서 이어령 선생은 제주도는 수평적이지 않고 수많은 오름처럼 통통 튀는 상상력이 잠재해 있는 섬이라고 말하며, 특별자치도인 제주에 있어서 시인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말로 제주도를 노래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여기서의 제주말이란 제주 사투리를 직접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정신, 제주도만의 느낌을 노래해야 함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시인의 역할을 말하면서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제주의 신화를 만들어가며, 타도시의 수평적 사유가 아니라 상승하는 섬, 솟아나는 섬으로 언어의 등고선 높이를 키우는 시를 써야한다고 강조하였다. 눈으로 보이는 제주도의 자연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 지도’ 즉 시인의 상상력으로 신화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주의 역사적 의미, 평화적 의미, 잠재적 의미를 문학의 부드러운 힘으로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의 선두주자가 시인이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첫날 행사가 끝나고 만찬 후에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어느 시인은 “참, 제주 사람들은 따듯한 것 같네요”라고 말을 하였다. 그렇듯 타지 사람들이 제주에 왔다가 돌아가서 제주를 생각할 때 가슴에 따듯하고 밝은 제주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슴으로 느끼는 제주언어일 것이다. 이러한 제주의 이미지 온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 전체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원래 빛의 속성은 밝음이요 따뜻함이다. 무엇인가를 비출 때 그 이면에 그림자를 생기게 하는 것 또한 빛의 속성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빛을 받는 사물이 만들어놓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관계에 의해 결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볼 때 빛의 밝음과 그림자처럼 잘된 것은 내가 한 것이고, 잘못된 것은 남의 탓이라고 해석하려 한다. 또한 사람들은 갑자기 어둠에 휩싸이는 순간 누군가가 등불을 높이 들고 자신을 비춰주길 갈망한다. 그리고 자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꺼져버리는 등불. 그럴 때마다 상대방을 원망하며 또다시 새로운 등불을 마음 안에 심으려고 한다. 몇 번이고 반복을 해도 타인으로 인해 내 자신의 내면이 밝아지지는 않는다. 밖으로부터 등불을 가져오는 것을 멈추고, 자신 스스로 빛나는 보석이 되어야만 한다. 몸 안 구석구석 무의식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는 것은 외부로 비춰진 등불이 아니라 자신이 내면의 불을 밝힐 때 가능한 것처럼, 제주도 자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면의 불은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 보석은 울퉁불퉁한 원석을 여러 각도로 깎고 닦다보면 깎인 면이 면끼리 반사에 반사를 하며 빛을 낸다.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몸 안의 어두운 구석구석이 밝아짐은 무의식의 그림자 속에 눌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흥분한 순간 스스로 “아, 내가 지금 분노에 쌓여있구나” 하며 자신의 내면 상태를 아는 경우 무의식에 불이 켜지며, 그 순간 자신의 모습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자신을 다스릴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안고 있는 단점을 보게 되고 그것을 고쳐나감으로써 완성된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온화한 말로 상대방을 대하는 따듯한 온도를 지닌 여유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처럼 제주도를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제주도를 온화한 곳. 여유 있는 섬으로 인식되도록 그들의 가슴에 제주도의 따듯한 온도를 심어줘야 한다. 성산포의 거센 바람이 머리칼을 휘갈겨도 어느 식당에 들어서면 제주 사람들의 밝고 따듯한 마음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섬으로 인식되어질 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돌담 사이사이 구멍으로 작은 바람 한 점이 숨바꼭질 하듯 숨었다가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목덜미를 간질이듯 귀여운 바람의 온도가 생각나는 섬. 눈으로 본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언제나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서도 친구의 정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섬. 그런 이미지로 제주가 남을 수 있도록 ‘맨도롱 또 한 제주의 온도를 만들어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만이 아니라 모든 도민도 따듯한 마음의 이미지 언어를 만들어 내는 시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   연   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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