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작가들을 초청한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의 ‘재일 제주작가와의 만남’으로 재일 제주작가들의 강연과 발표를 제주도민들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김시종(77), 김창생(55), 원수일(56), 김계자(56), 김길호 (57)등 5명의 재일작가가 2006년 11월 11일에 학생문화원 세미홀에서 문학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발표를 경청하면서 재일 작가들의 삶의 애환이 어떻게 문학작품으로 승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하게 되었다. 김계자 재일소설가가 지역차별주의로 겪은 고통을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또렷하게 발표하였다.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발표가 끝난 후에 김길호 소설가는 타국 땅에서 일본인이 차별도 이해가 안 되는데 같은 동포끼리의 차별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모든 차별은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상과 달리 현실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학력, 경력, 지역, 성별 등 이 모든 차별이 없어지고 모든 인간은 소중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범인류적 이상을 위하여 모든 지성인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문인들은 숭고한 이상을 추구하여야 하며 작품에 이런 인류애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김길호 소설가를 포함한 제주를 찾은 모든 재일 작가들이 따뜻한 고향의 정감을 느끼고 돌아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제주의 산과 들 따뜻한 동포의 마음을 가슴 가득 넘치도록 담아갔으면 한다. 이번 방문이 그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조국의 따스한 햇살 같은 온정을 느끼게 했으면 하는 바람은 전 제주도민의 마음일 것이다. 김길호 소설가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독특하게 한글로 소설을 쓴다. 1949년 제주시 삼양에서 출생하였고 제주삼양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1973년 병역까지 마치고 도일했으니 완전한 한국인의 정서와 사고가 정립 된 후에 일본으로 갔다고 볼 수 있다. 1979년 ‘현대문학’지에 이범선 소설가가 ‘오염지대’를 초회 추천 했으며 1987년 ‘문학정신’에서 김동리 소설가가 ‘영가’를 완료추천 하였다. 그 후 김길호 소설가는 소설작품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힘든 노고 없이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는 드물다. 김길호 소설가는 마지막 밀항세대로 일본에서 플라스틱 만드는 힘든 일과 옷에 미싱질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이국 하늘 아래서의 그의 삶의 이력을 보면 얼마나 많은 고초가 있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쾌활하고 인자하게 보일 따름이다. 해맑은 소년과 같은 미소에서 그의 작품에서 묻어 나오는 인간애를 읽을 수 있다. 고통을 견디고 진주를 만들어 낸 진주조개처럼 김길호 소설가는 고난과 역경을 바탕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쏟아냈다. 김길호 소설가는 2006년 2월에 중단편집 ‘이쿠노 아리랑’을 ‘제주문화’에서 펴냈다. 현재 일본에서 우리말로 소설작품을 쓰는 사람은 유일하게 김길호 소설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이중언어’ 작가라는 수식어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일본에 살고 있으니 그곳 동포들의 삶을 김길호 소설가가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 그걸 우리말로 계속 써라.”는 김동리 소설가의 추천의 말을 잘 따른다고 볼 수도 있다. ‘이쿠노 아리랑’ 중 단편집에서는 한국과 일본문화의 충돌과 세대 간 갈등 등 시간과 공간을 떠난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깊어 가는 이 가을 밤 등잔을 앞에 두고 ‘이쿠노 아리랑’의 곡조에 취해봄직도 하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