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의 『항카』호수는 제주도 절반만한 크기의 호수인데 깊이가 고작 10m 안팍. 그런데 이 호수의 물은 20m정도의 높은 지대로 전기를 이용해서 퍼 올리면 연해주 농토의 물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특징. 북한은 결국 이와 같은 소련식 모델로 수리사업을 하고 저지대 물을 상류로 올리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요즘 원유가격 상승으로 발전기를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북한 농토의 물대기 사업은 거의 중단 되었다는 것이다. 흘러간 물로는 수레를 돌릴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북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들으니 안그래도 어려운 형편에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서 안쓰런 마음이 일어나는 건 웬일일까. 우리 일행은 이제 농장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동방을 정복하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이동하였다. 1891년 제정 러시아가 태평양 진출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 8,800km를 건설하면서 부동항 확보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들은 한말 조선의 영토를 노리며 동진해왔었고 『슬라브』족의 야심은 이천연 항구요새와 더불어 원산, 부산 등 우리의 항구마저 집어 삼킬 야욕을 드러내었고, 당시 조선에 왔던 러시아 대사 뮬렌돌프 등은 우리 왕실을 얼마나 괴롭혔던가 안내인 이정무는 몇해전까지 회칠한 것처럼 우중충했던 도시가 요즘은 시장 구경나선 시골 아낙 옷차림처럼 화사해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게다 요 몇년새에 원유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러시아 금고에 외화가 수북히 쌓여가는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국민소득도 7천달러가 넘어서고 있어서 러시아의 국제적 입김도 차츰 세어질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사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방대한 영토와 그 영토안에 무진장한 천연가스와 원유 그 밖의 철광석 등 엄청난 광물을 간직한 축복의 땅이다. 구한말 서구 열강이 다투어 동양으로 진출할 때 러시아는 이미 아므르강 동쪽과 연해주 일대에 한반도 보다 더 넓은 만주지역을 청나라에서 빼앗았기 때문에 영토에 관한한 중국의 한맺힌 사연이 있음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요즘 중국이 일어서면서 만주의 동북공정이나 서남공정을 추진하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영토를 타국에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후진따오 주석의 정략적 외교책략의 추진으로 보아야 될 것이 아니겠는가. 블라디보스토크는 황금의 뿔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지형도 그렇게 생겼고 또 항구 밖에는 실지로 수 10개의 섬이 자연 방파제를 이루고 있어서 부산항보다도 더 넓은 천혜의 군항으로서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서는 손색이 없는 요새임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그네들은 이 항구 주변에서 바로 앞에 있는 섬까지 20km에 걸친 지하 터널을 파서 세계전쟁에 대비한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구 210만의 연해주. 그 가운데 이 항구 도시는 이제 관광객이 제법 드나드는 항구로 발전하면서 70만 인구가 자동차 물결속에 휩싸여 있었다. 한국 중고 버스가 우리 한글 간판을 그대로 달고 이 도시를 누비는 것은 반가왔지만 그 흔한 현대나 기아의 승용차는 잘 안 보인다. 이유인 즉 운전석이 차의 왼쪽에 달린 우리 승용차는 그네들 정서에도 안맞고 또 추위에는 아직도 일본제가 좋다고 인식되었는지 일본 승용차가 판을 치고 다닌다고 한다. 레일 전차나 전기 버스가 다니는데 1960년대 서울 풍경과 다를 것이 없는 듯 했다. 《계속》
홍 석 표 (제주산업정보대학 복지행정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