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과 관련,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지 않았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열린 외교통상부의 설명회가 오히려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한 외교통상부의 설명회가 24일 오전 시민, 사회단체 대표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렸으나 정부측 대표로 자리한 최종무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실장이 시종일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해 이렇다할 성과 없이 끝났다.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 범도민운동본부' 주관으로 열린 이번 설명회는 개최도시 선정일자 연기 사유, 평가기준, 기술적 여건, 경호문제 등 7가지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을 중심으로 보충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개최도시 선정일자를 당초 4월 20일에서 26일로 연기한데 대해 최 실장은 "출장이 잦은 선정위원들의 사정을 감안 20일 결정하지 못할 경우 26일 최종 결정하기로 사전에 계획됐다" 면서 "위원들이 심사숙고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 고의적으로 선정기일을 늦춘 것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선정위원들의 투표로 개최도시를 선정한 것과 관련 최 실장은 "8가지 평가기준에 따라 개최도시를 선정하면 서울이 종합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면서 "지역균형 발전과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위원들간의 투표로 결정했다" 고 설명했다.
사전 부산 내정설과 부산개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최실장은 내정설을 한마디로 일축한 뒤 "역대 12차례의 APEC 정상회의 가운데 휴양지에서 열린 경우는 한 차례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수도권이나 지방도시에서 열렸다" 며 "부산의 강점과 부산시민의 열망 등을 역지사지 차원에서 이해해달라" 고 당부했다.
그는 또 "주요국 정상이 참여하는 정상회의인 점을 감안해 경호문제를 가장 우선시 했다" 면서 "경호관계자가 대규모 군경인력과 장비 동원이 필수적인 경호여건을 살펴봤을 때 제주유치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해 부산 유치가 결정됐다" 고 말했다.
최 실장이 이처럼 원론적인 답변과 변명만을 고수하자 보다 못한 설명회 참석자들이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영석 상임대표는 "국제적인 마피아 조직이 활개치는 부산과 폭력조직이라곤 속칭 유탁과 산치파가 고작인 제주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지역이 더 안전하냐" 며 "경호문제를 감안해 부산을 선정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임안순 제주도연합청년회장은 "고 김선일씨 사건에서도 외교부가 궁색한 변명만을 일관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도 도민들을 설득시키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하려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면서 "우리나라 외통부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한 숨만 나온다" 고 비난했다.
결국 최 실장이 참석자들이 쏟아내는 질문과 반박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개최지 선정에는 의혹이 없다" 는 말만 되풀이하자 강 상임대표가 "변명에 불과한 최 실장의 답변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며 설명회를 끝냈다.
한편 최 실장은 "APEC 통상장관회의와 재무장관회의, 세 번의 고위관료회의 중 한번을 제주에서 개최토록 할 계획"이라고 외교통상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제주도민의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