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기독교 국가 '미국'
[세평시평] 기독교 국가 '미국'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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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목사의 개회 기도로 시작해서 폐회 기도로 끝난다. 대통령이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취임 서약을 하고 ‘하느님 우리 아버지’라는 찬양 연주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나라. 대통령 취임식을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치는 나라. 여호와를 자기 하느님으로 삼는 나라. 미국인은 여호와를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삼았고, 지금도 그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랑한다. 이처럼 기독교 국가라고 자처하는 미국을 향하여,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직격탄을 날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인류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며, 남북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교류 협력이 많이 된다면, 미국이 칠 수 있겠느냐, 라는 내용이 담긴 말이다. 콜럼버스 이래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언어와 의복 뿐 아니라 가치관과 관습까지 미국의 것을 강요받아왔다. 그래서 세계화도 민중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는 선교, 전도라는 이름으로 패권주의적 팽창주의를 실천해왔고, 세계 각지에서는 친미적 민족국가주의가 가속화하고 있다. 500년 전 콜럼버스의 항해는 기독교적 세계선교명령과 식민주의 내지는 제국주의적 세계화 의지가 가장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결합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 근거로 콜럼버스 둘째아들의 말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의 지존하심은 인디오들을 우리 손에 넘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생필품의 부족과 질병까지도 보내주어 그들의 숫자가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게 하셨다. 이것을 통해서 분명해진 것은 오직 하느님의 손과 그의 고귀한 뜻을 통해서 그 같은 놀라운 승리와 원주민들의 굴복을 가능하게 해 주신 것이다.” 그런데 미 대륙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이 말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불과 한 세대 만에 미 대륙 원주민의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사실이 ‘하느님의 고귀한 뜻’이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까? 자신의 외아들을 보내 ‘사랑’을 가르친 하느님의 뜻으로 벌어진 이런 참극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콜럼버스는 세계화를 통해 ‘하느님이 승리하실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승리한 것은 맘몬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절정에 다다른 지금, 우리 한국인의 삶은 더욱 소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콜럼버스 이래 유럽의 것은 문화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민속이고, 유럽의 것이 종교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미신이고, 유럽의 것들은 언어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방언이며, 유럽의 것이 예술품이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민속품이 되었다. 1960년엔 세계인구 20%의 복지국가들이 가난한 20%의 국가들보다 개인소득이 30배 많았으나 세계화로 인해 지금은 약 80배가 많아졌다. 결국 세계화는 민중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나타나고 있다. 처음부터 미국은 원주민을 학살하면서 출발하였다. 1776년 영국과의 전쟁을 시작으로 멕시코 전쟁, 이어 필리핀과 쿠바를 식민지화하였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토도밍고를 침략한 뒤, 아이티를 식민지화하였고, 나카라과도 정복하였다. 2차대전 이후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주도하였고, 그 후 그리스 내전, 필리핀 농민군 진압, 이란과 과테말라 비빌공작 등 나열하기조차 부끄럽다. 이어 쿠바,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파나마, 그레나다, 파나마 등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확대되었다. 아아, 지금 중간 선거에 패배한 부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성경에 손을 얹고 정의를 향한 세계사를 주목하며 반성하고 있을까?

김   관   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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