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위, "도민 갈등해소 노력 안해 …후속대책도 없어"
주민 "밀실 야합 결정" 비난 …19억 예산 반납할 수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한기환)가 과학영농연구시설 장소이전을 골자로 한 2006년도 공유재산 변경계획안을 부결함으로써 김태환 특별자치도정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도가 내정한 초대 감사위원장 임명안도 의회가 거부하는 등 주요 현안마다 의회와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 원활한 도정 업무추진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한기환)는 7일 오후 과학영농연구시설을 한림읍 금능리에서 애월읍 상귀리로 변경하려고 도가 제출한 ‘공유재산 변경계획안‘을 부결 처리했다. 이에앞서 행자위는 지난 9월 23일 제232회 1차 정례회 공유재산 변경계획안 심사때도 의원끼리 논란이 많아 이를 보류했다가 이번 재심의한 것이다.
행자위는 부결 사유로 도의회가 지난 9월에 심사를 보류했음에도 제주도가 이후에 도민갈등 해소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장소 변경에 따른 후속대책 없이 주민간 갈등만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장소이전 방침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에 이미 북제주군 의회가 승인한 사항인데다 도. 시.군 통합으로 인한 지역 주민 불이익 배제를 내세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규정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특히 행자위는 이번 부결 처리를 계기로 앞으로 제주도가 밀어붙이기식 근시안적 행정을 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 행자위가 중요현안에 대해 또한번 부결처리함으로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민통합과 일선행정 민원불편 최소화를 강조해온 김태환 지사의 향후 도정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도정의 공신력과 집행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보다 앞서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8월 도가 제출한 감사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부결처리해 집행부와의 대립을 예고한 바 있다. 도 간부들은 “의회가 중요 건건마다 발목을 잡고 있어 각종 사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이번 도가 제출한 공유재산변경계획안을 부결처리함으로서 한림읍을 제외한 동부지역 농민들의 과학영농시설 이용 접근성과 교통 편의성은 한결 떨어지게 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행자위가 과학영농연구시설 장소 변경 계획안에 부결함에 따라 7일 오전 9시부터 안건을 심의중인 행정자치위원회( 옛 북제주군청 의회) 건물 주변을 애워싸고 항의 집회를 벌이던 300여명의 한림읍 주민들은 의회 결정 직후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며 집회를 해산했다.
문제는 애월읍과 동부지역 주민들의 향후 움직임이다. 애월. 조천. 구좌 지역 관내 이장단과 20여개 자생단체장들이 동서균형발전과 지리적 접근성과 편의성 및 기존 시설 활용을 통한 예산절감 등을 들어 과학영농연구시설 이전 건의를 의회에 줄기차게 청원해왔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림읍 주민처럼 시위같은 물리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과학영농시설 이전문제는 이들 동부지역 주민에게도 과제였다. 의회는 결국 서부지역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농촌지도자 연합회 한 간부는 “의회가 대다수 농민들의 교통편의성.접근성을 전혀 고려않은 채 밀실에서 야합해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또 남는다. 도가 아예 사업자체를 보류하거나, 의회의 결정에 반발해 한립읍 금능리에 공사를 연내에 착공하지 않을 경우 국비로 보조되는 19억원의 예산은 중앙 관련부처에 반납해야 할 입장이다. 불과 8명의 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의 이번 결정으로 도가 어렵사리 따온 국비 예산을 되돌리고 동부지역 주민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