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법원과 검찰 왜 이러나
[김광호 칼럼] 법원과 검찰 왜 이러나
  • 김광호 대기자
  • 승인 2006.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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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검찰이 또 충돌했다.
이전까지는 감정 대립 정도였지만 이 번에는 빅뱅 수준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성 발언으로 요동치던 법원과 검찰이 그의 사과 표명으로 봉합되는가 싶더니, 엊그제 검찰이 청구한 론스타 관련 영장이 무더기 기각되면서 또 정면으로 부딪쳤다.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대검 중수부가 청구한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맹비난에 대해 법원은 "영장 발부 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발부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어떻든 법원이 재청구한 영장을 다시 심사해 발부 여부를 결정키로 해 사태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의 격앙된 감정은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도 범죄 혐의 추가 등 보완되지 않은 영장을 발부한다는 게 쉬운 일 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영장담당 부장판사가 실질심사를 통해 발부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기각한 동일 사안의 영장을 발부한다는 것 자체가 법원으로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 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8월 검찰이 법조비리 혐의로 조 모 전 고법 부장판사를 구속한 이후 불거진 감정과 함께 영장업무와 공판 주도권 싸움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양쪽 모두 그 게 아니라고 부인하겠지만, 그 동안 상대를 얕잡아 보는 발언과 부적절한 언사만 봐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검사의 수사 기록은 던져버려라"고 한 지난 9월 대법원장의 충격적인 발언이나, "영장 기각은 수사에 소금을 뿌린 정도가 아니라 인분을 들이 부은 것"이라는 엊그제 검찰 고위 관계자의 듣기 민망한 표현 모두 장군멍군 식이다.
법관과 검사라면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자기의 영역과 권한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 사회의 문제이므로 뭐라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의 구현의 선봉에 서는 법관과 검사가 되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의 눈과 귀에 법원과 검찰은 대립각이나 세우고 감정 싸움이나 하는 곳이라는 나쁜 인상과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이 서로 불신하고 비방하는 법원과 검찰을 보는 국민들의 심기도 불편하다.
사람을 구속하고 말고 하는 일이 어디 감정과 집단 이기주의로 다뤄질 문제인가. 감정의 잣대로, 또는 자의적으로 이 사건은 구속 사안이고, 저 사건은 구속 사안이 아니다고 재단하는 것은 굳이 판사와 검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진짜 인권보호를 위해 인신 구속에 신중을 기하려는 영장 업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영장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프로쿠스테스 침대와 다를 바 없다. 남의 생각이나 판단이 자신과 맞아야 만 옳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사실 론스타 사건은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의혹은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안이다. 국민들도 직.간접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 과정에 외압과 로비가 있었는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면 증거가 인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불가피한 면이 있어 보인다.
법적 안정성을 소홀히 한 법의 재단은 있을 수 없다. 특히 판사는 법적 확실성을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국민들은 법의 권위를 믿고 마음 놓고 행동한다. 판사와 검사는 어떤 행위가 정당하며, 어떤 권리가 보호되고, 어떤 책임이 어떻게 추궁되는 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테면, 남의 돈이나 물건을 몇 번 훔친 생계형 상습 절도범이 있다. 대체로 '상습 절도'라는 이유로 구속되고 형을 산다. 반면에 수억, 수십억, 수백억원을 꿀꺽 삼키고도 법원 또는 검찰 나름대로의 잣대에 의해 불구속된다. 모두 법적 안전성을 무시한 처분이다.
법원이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기각이 법적 안정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긴 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최근 전국 법원의 영장 기각율이 갑자기 높아졌다. 인신구속에 신중해진 것이라면 아주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법원이 검찰에 대한 감정적 대응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법원과 검찰의 감정과 힘 겨루기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들 뿐이다. 마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
법원과 검찰은 이제 각자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잣대로 인신구속을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을 훼손,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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