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FTA협상과정에서 오렌지(감귤)의 한국시장 침투를 겨냥, 감귤을 타킷으로 삼아 감귤유통명령제와 정부의 시장보조금 등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한 것과 달리 미국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기본정신에 역행한다는 국제비난여론에도 불구, 자국 농업인에 대해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은 지난달 5일 현애자의원과 함께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집중적으로 감귤을 타킷으로 삼아 감귤유통명령제와 보조금제 등에 대한 제도적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이 구체적으로 농수산물 가운데 감귤품목을 지정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심 의원은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당성이 없다”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15개국이고 중단한 나라는 39개국인데 이들 나라가 미국과의 FTA를 중단한 것은 바로 미국이 요청한 시장보조금 감축 또는 폐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 오렌지(감귤)를 한국시장에 침투시키기 위해 정부의 시장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 시장경쟁의 논리로 가자는 게 미국측의 협상 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69억달러(16조원) 정도를 농가에 직접 지급하는 한편 쌀 보조금의 경우 호당 6만213달러(620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쌀 소득의 70%를 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조사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 협정의 기본정신에 역행한다는 국제적 비난여론에도 불구, 막대한 규모의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구소는 미국은 경지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넓고 곡물생산량은 세계 2위에 오른 농업강국이면서도 마케팅론, 고정직접지불제도, 경기대응소득보조 등 3중의 농가소득 안전망을 구축해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고정직접지불제도의 경우 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하는 보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계무역기구는 이를 허용대상보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농협조사연구소는 “미국은 향후 농업보조금 규모를 결정한 2007년 농업법에서도 현행의 적극적인 농업보조금 정책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지난 7월 도하개발의제(DDA)협상이 결렬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국내보조감축거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4년간 연평균 7000억원의 직접지불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연간 농업소득총액의 4.6%에 불과하다. 쌀 소득 보조금의 쌀 소득의 12.4%를 보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제주의 쌀이 감귤임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내세우는 보조금제 감축 또는 폐지는 그야말로 아전인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