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전쟁’이 많다. 학교폭력과의 전쟁, 조폭과의 전쟁, 그리고 최근 시작된 도박과의 전쟁 등, 수시로 선포되는 캠페인성 ‘전쟁’이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귀포시 난산리, 강릉시 대기리, 그리고 전남 신안군 백산리에서는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를 건립하려는 사업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풍력업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일부 환경활동가들은 풍력발전을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 선전하고 전국각지에 상업용 풍력발전단지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나 지주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주거지나 사업장 주변에 세워질 때 쾌적한 삶의 조건과 자연생태계를 여지없이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고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의 풍력발전사업과 국내에서의 추진과정을 검토할 때, 그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반대와 거부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풍력발전단지는 우리의 온대성 자연지리조건에 들어맞지 않는다. 구미국가들의 경우 풍력발전단지는 대개 사막지대나 경제적 이유로 ‘버려진’ 땅에 세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체에너지로서의 풍력발전이 초래하는 각종 폐해에 대한 인용할 만한 학술적 자료가 생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디든 경제성있는 토지들이며, 애기똥풀, 땅강아지, 갯지렁이 같은 생물들이 스물스물 살아가는 생명의 금수강산이다. 따라서 어디든 풍치좋은 관광지인 우리 땅에 여기저기 풍력단지가 빼곡하게 세워지면, 그것은 여느 공해공장과 다름없고 그 폐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외면한 채, 우리나라에서 대형 풍력발전단지가 계속 세워져야 한다고 강변한다면, 그는 양식없는 환경활동가이거나 돈벌이에 급급한 벤처사업가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둘째, 이른 바 ‘친환경’ ‘대체’에너지사업으로서 실효성에 큰 문제가 있다. 우선 풍력전기의 생산효율성은 어느 지역에서든 풍속풍향이 불규칙하고, 강풍이 불면 터빈이 고장나며, 죽은 벌레나 바닷바람에 묻어오는 염분 때문에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일부 사람들은 풍력발전이 다른 것보다 탄산가스와 같은 오염물질의 배출이 현저하게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더 긴요한 것은 탄산가스 문제가 아니라 풍력단지로 파괴될 자연경관미와 쾌적한 삶의 조건들을 제대로 지켜 웰빙과 소득증진을 함께 꾀하는 일이다. 셋째, 대부분의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는 사업자들의 비민주적 ‘작전’으로 추진되었거나 편법적인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같은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려면 해당지역 주민들과의 긴밀한 논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주들이나 사업자들과의 사전협의가 극히 형식적이었거나 전혀 무시된 채 추진되었다. 또 ‘친환경적’임을 내세우는 만큼 철저하게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규모의 임의적 축소와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대충 ‘준법’의 모양만 갖추어 사업을 추진한 의혹이 짙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전국각지의 풍력발전단지들은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풍력에너지는 대량 생산겿퓔탁逆컥?지양하고, 소형겙냅?차원의 자족적 규모로 생산,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풍력에너지는 무엇보다 ‘보조에너지’(auxiliary energy)로 인식되고 활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에는 유용한 소형 풍력발전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지금은 누구나 자연친화적 “에너지전환”의 취지를 잘 인식하고 녹색자원 파괴 최소화를 위한 ‘예방적’(preventive)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할 때다.
정 윤 재 (한국학중앙연구원ㆍ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