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김동현-조재진, 신구 킬러 대결…베어벡의 눈도장 받을 원톱은 누구?' 정말 치열하다. 어떤 포지션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3명이 벌이는 원톱 경쟁은 더욱 심하다. 핌 베어벡 감독이 "베스트 멤버들을 구성해 11일 시리아전 대승을 노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9일 파주NFC에서 있은 오후 훈련 때 조재진(26, 시미즈S펄스)은 주전을 상징하는 조끼를 입고 주전급 선수들과 따로 훈련을 해 주전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선 상황임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안정환(30)과 이동국(27, 포항스틸러스)의 그늘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조재진은 독일월드컵을 두 달여 앞둔 지난 4월 이동국의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에 의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되는 감격을 누렸고, 결국 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독일월드컵이 끝난 후 새롭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베어벡 감독 역시 조재진을 신뢰했다.
소속팀 훈련 도중 갑작스런 부상으로 지난 8월16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대만과의 경기(3-0 승) 엔트리에 발탁되지 못했을 뿐, 2기와 3기 엔트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조재진은 베어벡 감독 이후 2골을 기록 중이다. 지난 달 6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대만과 경기(8-0 승)에서 모두 기록한 득점이다. 큰 체구(185cm, 81kg)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제공권을 앞세운 조재진의 플레이는 '타깃맨'으로서 가장 적절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재진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부상에서 회복된 이동국이 이달 말이면 그라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후배들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 조재진도 "골을 넣는 것이 입지를 다지는 길"이라며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이번 베어벡호 3기 엔트리에서 조재진을 위협하는 또다른 스트라이커는 정조국(22, FC서울)과 김동현(22, 루빈 카잔)이 있다.
2003 UAE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이들은 최근 경기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리며 주가를 높였다. 갑작스런 슬럼프와 해외 진출 등으로 잠시 잊혀졌다 혜성처럼 등장한 정조국과 김동현의 활약을 지켜본 베어벡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조국은 8월16일 대만전에서 한 골을 넣은 뒤 지난 달 6일 대만과의 2차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A매치 경력이 6회에 불과한 정조국은 대만전에서만 4골을 터뜨리는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베어벡호의 황태자로 군림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나이에 걸맞지 않게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냈던 김동현의 화려한 비상(飛翔)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K리그 수원삼성을 거쳐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지난 해 포르투갈리그 SC브라가로 진출한 김동현은 올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루빈 카잔에 임대됐다.
거칠고 척박한 동토에서의 맹활약은 곧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전해졌고, 결국 베어벡호 3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8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마수걸이' 첫 득점포를 성공했다. A매치 5회 출장만의 첫 골.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조재진이 내정되었다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공격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베어벡호. 과연 스리톱의 최전방 꼭지를 담당할 승자는 누가 될까.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