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추석 귀향
[세평시평] 추석 귀향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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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이번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로 유난히 길다. 이에 따라 엄청난 귀성객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다. 나라를 빼앗겨 국경을 넘는 변방유민의 대열도 아니고, 일과 밥을 찾아 목숨 걸고 떠나는 유랑민도 아니다. 누가 꾀지도, 시키지도 않는데도 이렇듯 스스럼없이 이루어지는 민족대이동은 무어라 설명할 수도 없다. 사회가 개방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가 고향이라는 세계화의 외침이 거셀수록 귀향의 대열은 점점 더 길어지는 현실은 정녕 세계화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추석의 계절적 의미는 단연 결실이고 늘 풍요로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유래 없는 불경기에다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도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따라서 그 어느 해보다도 귀성객들의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지만, 달빛아래에선 가진 자도 가난한 자도 없으며, 이편저편 가르는 구별도 없다. 돈을 많이 벌었든, 벌지 못했든 귀향길은 항상 설레이는 것이었다. 추석은 만삭의 여인 같은 것이고, 풍성한 수확과 모성으로서의 나눔이 깃들여진 축제일이다. 나를 낳고 나를 길러준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국 어머니의 넉넉한 품으로 안기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돌아가고 싶어 하고, 또 돌아가는 그 곳은 단순한 어떤 지역으로서의 고향이 아니라 바로 원래의 우리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바로 그 본성이다. 고향은 나의 어머니이고,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고, 수구초심(首丘初心) 인간본성의 표현이다. 본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우리는 진실로 행복해 질수 없다. 더불어 본성으로 돌아갈 때 사람의 도리까지 더 보태면 이 축제의 내용이 한결 충실하게 될 것이다. 추석의 대이동은 이런 귀거래(歸去來) 본심에 그동안 소홀히 하였던 고향과 가족들에 대한 내밀한 사죄이고 그 보상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꿈에서 조차 만난 적이 없는 몇 대조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는 제사에 무슨 효심이 그리 구구절절 우러나랴만은 이렇게 조상이 소집한 자손들의 회합, 죽은 이를 빙자한 산사람들의 만찬이 바로 제사이기에 선조에 대한 성묘와 제사를 앞세워 후손들이 먹고 떠들며 즐기는 잔치판일지라도 밉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계기와 절차를 마련해준 선인들의 지혜에 감사해야 한다. 물론 제사상 차리는 집의 경제적 부담과 제사상을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를 난들 모르지는 않으나 그 야단법석이야 말로 우리네 사람 사는 맛이요 정(情)이 아닌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할 추석. 명절이어서 더욱 쓸쓸한 이웃과 병마와 싸우는 이웃도 돌아보며 남을 배려함으로써 모두가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추석이 되도록 빌어본다.

이   광   래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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