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김복희씨는 이중섭의 삶 속으로, 철학 속으로, 또 그가 만든 형상 속으로 들어가 인간 이중섭을, 또 화가 이중섭을 느끼고 춤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오는 10월 5일 오후 7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이중섭이 곧 잘 쓴 힘차면서도 유연한 선과 원을 이용한 이미지, 그리고 그의 상황적 삶이 투영된 그림들을 통해 그와 영적으로 교류하는 춤, '가슴을 때리는 그림'을 무대에 올린다. 김복희 무용단의 '달과 까마귀'.
김복희 무용단은 총 4장에 걸쳐 이중섭의 삶과 그의 예술세계를 춤사위로 표현한다.
1장 '자화상'에서는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 탐험에 나선 한 젊은 화가와 그의 연인이 우리의 기억 속 또 현실 저편에 있는 이중섭을 무대위로 불러내 화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춤사위로 표현하고 2장 '부부'에서는 일본 유학길에서 만난 마사꼬와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되는 과정을, 3부 '달과 까마귀'에서는 마사꼬(이남덕)와 함께 고난스럽지만 행복한 생활과 생이별을 하는 과정을 통해 달을 쪼아 그림을 만드는 까마귀가 된 이중섭을 보여줄 예정이다.
마지막 4장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는 생이별을 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가난하지만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화가 이중섭이 가족과도 이세상도 다시 만날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정신이상이 생겨 영원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게 되는 그의 삶의 마지막 단편이 펼쳐진다.
특히 김복희 무용단에는 이창훈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장의 2녀이자 체코 프라하 국립예술대학 무용과 최초 아시안 합격생인 제주출신 이지은씨가 포함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날 김복희 무용단 공연에 앞서 전라도 남해안 파도소리와 제주의 바람소리가 만난 모습을 형상화한 제주민속무용단의 '바람의 노래'도 선보인다.
'달과 까마귀' 안무자인 김복희씨는 "저는 이중섭을 달을 쪼아 그림을 그리는 까마귀라고 생각했다"며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달을 쪼을 부리밖에 없었으면서도 이중섭은 화려하고 값진 화구를 가졌던 그 어떤 화가들보다도 더 가슴을 때리는 창작을 했던 까마귀"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희생하고 고난스런 사회적 환경에 순응하면서 예술적으로는 끝없는 도전을 하는 삶을 살다간 인간 이중섭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들은 예술에 예술혼을 담지 않는, 예술가라는 이름표만 단 안일하게 살아가는 풍족한 보통 사람들은 아닐까 물을 던지면서 그의 삶 속에 들어가 춤을 그리려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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