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갖가지 갈등(葛藤)에 시달리게 되며, 갈등은 생명체처럼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겪는다. 갈등의 생성과 소멸과정에는 무수한 원인과 관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갈등은 유아기 막내의 모성애 독점 갈등에서 시작하여, 성숙과정의 자아충동, 인간관계의 형성에서 발생되는 개인 간 갈등, 복잡한 사회구조가 빚어내는 집단 갈등 따위의 수많은 갈등여건 기반위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각인의 지위와 역할이 다르며, 지연, 학연, 혈연과 이웃의 관계가 등나무줄기처럼 뒤얽혀 살기 때문에 항시 갈등의 요소가 있는 것이다. 내적갈등의 발생근원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질 수 없는데서 출발한다. 가치기대와 자신의 능력부족의 괴리에서 오는 박탈감으로 갈등이 생성된다. 국가 사회, 직장환경이 개인의 선택에 맞춰져 있지 않아, 조직이나 사회적 환경의 가치와 자신의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족의 구성원 간 의사소통의 부재나 왜곡으로 인한 오해나 불신이 생기고, 이것이 확대되면서 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갈등을 겪게 된다. 또한 개인 간 갈등은 사실관계를 부정하거나 각각 다른 주장을 고수할 때 발생한다. 이는 부자간, 형제간, 고부(姑婦)간, 부부간에서 관계상의 갈등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구성원 각자의 권위와 역할이 다르고 기대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이 깊어지면 가출, 이혼과 같은 가정해체나 우울증,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가 표출되기도 한다.
직장이나 국가사회에서 발생되는 외적갈등은 형태와 발생원인이 다양하다. 지역개발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이기주의처럼, 자원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욕구불만에서 초래되는 이해관계 갈등이 있다. 또한 원자력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처럼 사실관계에 기인하여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실관계 갈등이 있으며, 양성평등이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갈등이 있다. 환경문제나 국군의 해외 파병 등 신념이나 종교,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가치관 갈등도 있다.
그리고 친일청산 관련문제처럼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정체성이 정치사회적으로 왜곡되는 데서 생기는 정체성 갈등이 있다. 이러한 갈등은 조직과 집단, 공공정책, 국가간 갈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기회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엄청난 국력이 소모된다. 천성산 터널, 새만금 간척지, 전시작전통제권, 평택미군기지문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들에서 알 수 있다.
독도 영유권,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이어도 문제 등 국가간에 발생하는 국제규모의 갈등에서도 알 수 있다. 갈등은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부정적 인자를 내포하고 있다. 갈등은 가정이 해체되거나 시위나 소요에 따른 공사중단 등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이 소요된다.
갈등의 생성과 소멸에는 무수한 인자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게 작용하는데, 갈등에너지를 어떠한 방법과 어느 통로로 전환 시키느냐가 문제이다. 예로부터 동양문화권에서는 내적갈등을 푸는 것이 외적 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계라는 인식과 덕(德)을 키우는 접근법을 강조했다.
갈등의 당사자가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여 자신의 필요를 나누고 윈윈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쌍방의 의사소통과 이해를 도와 합의점을 찾아가는 새로운 관계정립과 역지사지로 상대입장을 이해하고, 역할교대를 통하여 상대를 역할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타협과 협력, 때로는 회피를 통하여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여야 하며, 갈등의 예방을 위하여 파괴적으로 발전할만한 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변화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익 순 (제주도 공보관실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