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돌고 도는 돈에 돈 사람
[세평시평] 돌고 도는 돈에 돈 사람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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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돈을 정의하라고 하면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한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은 눈물이다>,<돈은 흉물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히 돈은 돌고 도는 것임에 틀림없다. 돈이란 일상의 거래과정에서 일반적인 지불수단(means of payment)으로 받아드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가진 재산, 즉 돈은 많은데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은 넉넉하지 않지만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없는 서민들은 당장 죽어도 돈 한번 실컷 써보고 죽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돈에서 해방되어 살아봤으면 하는 애환어린 사람들도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기본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불편 또한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간에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필요한 돈을 땀과 노력으로 이루지 않고 자신의 사회적 권력으로 남을 속이고 억압해서 돈을 모으려는 정신 돈 사람들이 하늘이 주신 삶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큰 사건에는 돈이 관련되어 있다.

 돈을 너무 좋아하다가 쇠고랑을 찬 정치인들을 많이 본다. 돈을 차지하기 위하여 온갖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며 돈 때문에 친구를 배반하고, 현제간의 우애가 깨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돌고 도는 돈에 돈 사람들이다. 우리 조상들은 돈보다 인간을 더 중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의 선비들은 돈을 멀리 하였다. 옛날에는 돈을 버는 사람들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이조시대에는 사회계급을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은 사회의 제일 하위 계급이었다. 국토를 지킨 최영 장군의 아버지께서는 최영 장군에게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최영장군은 그 당시에 최고의 무관으로써 권력을 가졌지만 황금을 돌같이 보고 국가를 위하여 헌신하는 모범적인 인물이 되어 국가를 지키고 사회에 헌신하게 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전국이 떠들 썩 하는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오락실 사업자들에게 오락실영업허가를 해준 정부의 정책 실패가 불러온 수천, 수십조원의 돈이 잘못 돌아가게 한 것이다. 이건 돈에 돈 사람들이 저지른 범행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돈이 된다면 자기 애인도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는 폐륜아의 신문기사도 보았다.

돈이 된다면 사람의 목숨을 파리목숨 빼앗듯이 하는 세상 같다. 돈에 돈 사람들로 사회가 돌 지경이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면 사회의 도덕성 가치기준이 무너진다. 이 가치기준이 무너지면 이 사회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먹히고 먹는 야생동물들의 생활과 다를 게 없다. 민주주의 사회계약도 없어진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우리가 다같이 사는 민주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조치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가진 계층들에게 돈(富者)에 대한 철학을 가지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경제를 역행하라는 말은 아니다.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력은 자제하는 사회적 가치관, 그리고 돈을 버는 과정이 자신이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부를 우대하는 사회적 제도는 안 되는 것인가? 지금 같은 세금의 누진, 감면 등의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돈이 바르게 돌도록 하는 데는 인륜적인 정신문화가 더 좋은 효과가 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옛날 명언에 ‘가난의 속박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재물의 속박은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돈을 버는 과정에 따라 부자와 졸부(猝富)를 차별화해서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감도 줄이고, 졸부들의 돈에 도는 정신을 조금은 정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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