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마 대회' 등 잡종마로 진행, 취지 실종 …"잡탕말 축제" 비난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마사회가 거액을 들여 제주 고유의 조랑말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제주마축제를 개최했으나, 정작 순수 제주마(馬)는 보이지 않은 채 제주산 '잡탕말' 축제로 전락,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제주 축산의 대표적 상징물로 보존· 육성하고 제주마를 이용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세계적인 관광 축제로 승화 발전시키는 한편 축산농가 및 생산자단체의 참여로 마필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 4회 제주마 축제 행사에는 3억4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당초 지난 15일부터 3일간 개최키로 했으나 마지막 날(17일) 궂은 날씨로 연기돼 24일에도 열린 이 행사에는 제주마 육성을 위한 세미나와 각종 말 체험행사, 문화공연, 말고기 시식, 말 밭갈이 및 인기가수 초청 축하쇼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하지만 행사의 촛점이 제주 순수 말인 제주마(조랑말)의 보호· 육성보다는 제주에서 생산된 모든 잡종말(제주산 마-재래마 포함)에 촛점을 맞춰 행사가 진행됨으로서 당초 제주마를 육성한다는 축제의 취지가 크게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제주마는 원래 제주축산진흥원에 가축 혈통이 등록된 말을 가르키며, 농가에서 사육중인 36개월 이상인 성마(成馬)로서, DNA 분석을 거친 후 '제주마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주마로 인정된 것을 말한다. 현재 이 같은 기준에 의해 등록된 순수 제주마는 587마리에 이른다.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투마대회에는 아예 제주마가 없이 잡종마(제주산마)로만 진행됐다. 또한 한국마사회 제주경마장에서 경마 게임 등에 이용되다가 죽은 말들의 영혼을 위령하는 마혼제(馬魂祭)가 개최됐지만 정작 아직가지 제주마가 희생된 일은 단 한번도 없어 취지가 상실됐다.
또한 제주공마공원 신관람대에서 펼쳐진 제주마 육성과 관광사업 연계방안 학술심포지엄에서 제주대학교 모 교수는 2001년도 제주도청에서 나온 '제주 승마장 실태' 등의 케케묵은 자료를 인용해 발표하는 등 무성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제주마 축제를 관광과 연계해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제주마 퍼레이드, 제주말테우리 체험, 제주마 찰흑 만들기 대회, 인기가수 축하쇼 등의 행사가 펼쳐졌으나 이들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은 거의 없고, 축산생산농가나 주민들로만 채워졌다는 지적이다.
제주마와 제주산마(잡종마)를 동시에 키우고 있는 축산농가 김모씨(56· 제주시)는 "순수 제주마 축제가 잡탕말 축제가 됐다"며 "잡탕말 축제를 할 바에야 그렇게 많은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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