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박 PC방에 대한 잇단 집행유예
[사설] 도박 PC방에 대한 잇단 집행유예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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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은 법전(法典)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엄정히 내려진다. 만인(萬人)이 법원의 판결을 존엄시(尊嚴視)하고 승복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만약에 법관의 판결이 공정무사(公正無私)하지 못하다면 그것을 존엄시 하거나 승복할 까닭이 없어진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이 도박장 개장혐의로 기소된 8명의 PC방 업주들에 대해 10월~1년 징역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판결이 결코 잘못되었다고는 보고싶지 않다. 판사의 양심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잇따른 집행유예 판결을 두고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부정적 시각도 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과거에는 법원의 판결을 놓고 부정적 시각을 표출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집행유예를 부정적으로 보는이들은 한마디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국이 사행성 게임장과 PC방 도박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데, 이를 예방하고 바로 잡으려면 집행유예와 같은 ‘선처(善處)’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법원 당국은 이와 같은 부정적 견해들을 판결의 존엄성 침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도리어 부정적 시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PC방 도박 등 유사 도박장 업자들에 대한 형벌의 문제를 법률적, 형사정책적 문제로 다시 연구해 보는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줄 안다. 현대인들은 죄책감이라든가, 자신의 범법에 대한 체감이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경범죄로 유치장에 얼른 다녀오거나, 혐의가 주위에 알려지기만 해도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신용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중죄를 지어 감옥살이하던 지위 높은 인사들도 사면 복권으로 풀려나거나 재판 결과 집행유예라도 받게되면 내가 무슨 잘못이 있었느냐 식으로 좀처럼 개전의 정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만큼 요즘의 왠만한 벌은 범죄 근절이나 예방에 과거만큼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같은 법과 같은 죄에 대한 형벌의 부과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소이(所以)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징벌에 의한 사회범죄 예방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법도박 PC방 업주에 대한 집행유예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란 말은 아마 그래서 나왔을 터이다. 법원 당국이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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