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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아주 탁월한 시도요, 최적의 선택이었다. 비록 상대가 약체 대만이었지만 6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모습은 최강이었다. 공격-미드필드-수비 밸런스가 척척 들어맞았다. 이날 한국이 가동한 포메이션은 이미 예고됐던 4-4-2 시스템. 포워드진에 조재진과 정조국이 위치했고, 그 뒤를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이 나섰다. 좌우 날개로는 박지성과 설기현, 유일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남일이 출전해 '다이아몬드'를 형성했다. 포백 수비진은 나흘 전 이란과의 경기에 출전했던 이영표-김동진-김상식-송종국 라인이 그대로 대형을 이뤘다. 대표팀은 그러나 4-4-2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다. 때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를 줬다. 공격이 일단 시작되면 수비진까지 하프라인 근방으로 전진해 미드필드와 연계, 콤팩트 플레이를 전개했다. 상대의 역습을 사전에 위험지역 전방에서 미리 차단하는 작전. 이영표 송종국 측면 풀백들의 오버래핑과 함께 윙 미드를 담당한 박지성과 설기현 역시 빠르게 측면을 파고들어 조재진-정조국이 이룬 포워드와 'ㅡ'자를 형성했다. 거의 2-3-1-4에 가까운 대형. 최일선에 위치한 설기현(2골)과 정조국(3골)은 기회마다 골네트를 흔들며 '원샷-원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영표와 송종국도 과감하게 사이드를 침투해 미드필드와 거의 흡사한 플레이를 전개했다. 수비부터 강하고 빠르게 공격으로 올라오자 최초 일정 공간을 책임지는 지역방어를 시도하던 대만은 나중엔 거의 맨투맨 수비가 되다시피 했다. 중앙 미드필더 김두현의 세트 플레이와 김남일의 움직임도 탁월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을 거의 전담한 김두현은 설기현의 3번째 골과 정조국의 4번째 골을 각각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도와 아시안컵 예선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김남일은 한박자 빠른 템포의 패스로 설기현의 선제골을 돕는 등 수비가담은 물론 공격에서도 빼어난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수비 전술도 적절했다. 이영표-김동진-김상식-송종국이 이룬 포백은 대만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못해 딱히 꼽을만한 위협적인 장면은 없었으나 하프라인 부근으로 전진 배치해 사전에 압박하며 공간을 차단했고, 침착한 볼처리와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특히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은 인상적이었다. 박지성이 다소 부진한 반면 설기현의 플레이가 살아나자 곧바로 이영표가 왼쪽 사이드를 깊숙이 파고들어 좌우 밸런스를 맞췄다. 이란전때 수비에 보다 치중했던 송종국도 심심찮게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연결 정조국의 두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이뤄지면 중앙 센터백 김동진과 김상식이 좀 더 넓은 지역을 방어했고, 미처 커버하기 어려운 공간은 '홀딩맨' 김남일이 수비 한복판까지 내려와 디펜스에 가담했다. 베어벡 감독이 주문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한편 후반 교체투입된 최성국은 박지성의 위치에서 뛰며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제몫을 해냈고, 왼쪽 풀백에 들어간 장학영도 그런대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줬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