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래식 牧場火入, 현대식에 判定勝
[사설] 재래식 牧場火入, 현대식에 判定勝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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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목장지대 불놓기(火入)를 둘러싸고 당시 농진원과 학계 및 도민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것도 몇 달, 몇 년이 아닌, 여러 해를 둔 화입 논쟁이었다. 그 때 농촌진흥원과 학계 쪽에서는 현대 학문의 이론과 연구 성과를 내세워 목축지대의 불놓기, 즉 화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면서 그 금지를 주장했다. 목초지에 불을 놓게되면 식물에 유익한 미생물이 파괴되고, 토양이 산성화하며, 산불로 삼림이 크게 훼손 될 수 있는 원시적인 목장 관리 방식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소수 도민들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화입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진드기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중장비도 접근할 수 없는 급경사 지대의 가시덤불도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토양의 산성화보다는 불탄 잡초 재로 인해 도리어 토질개량 효과가 있어 양질의 목초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이것은 결코 이론이 아니며, 적어도 500년 이상을 우리 조상들이 목야지(牧野地) 현장에서 실험하고 실천하며 또 성공까지 거두어 현대까지 이어져 온 목축 방식임을 내 세웠다. 다만 산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현대의 소방기구와 장비를 활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행정 당국에 의해 재래식 화입 찬성론은 외면 당하고 반대론이 수용돼 결국 제주도내 모든 목야지 불놓기는 금지되고 말았다. 당시 화입 필요 논자들은 숫적 열세인데다, 농촌진흥원과 학계, 그리고 현대 과학이라는 권위에 눌려 축출되다 시피 한 것이다. 그러나 화입은 그 얼마 뒤 구(舊) 북군정(北郡政)에 의해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입을 시범사업으로 재 도입, 수년간 실시한 결과 성과가 매우 우수함을 입증해냈다. 그것이 정월대보름들불축제로 발전해 , 도민과 국내외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금년 가을에는 구(舊) 서귀포 권과 남군 권도 과거 북군을 본 받았음인지 시범사업으로 하원-색달-도순-수망-가시 등 8개 지역 103ha의 목장에 불을 놓는다는 소식이다. 재래식 전통 화입 방식으로 초지를 개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로써 도시 지역인 제주시를 제외하면 산 남-북 모든 지역에서 화입이 되살아 나게 되었다. 다만 화입이 더욱 효과를 보려면 이른봄이 좋은 데, 가을을 택한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듯 하다. 어쨌거나 500년 이상 된 실험과 경험의 재래식 화입이 현대식 학문 이론과 연구를 눌러 판정승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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