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득양극화가 심각하게 부각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서였다. 외환위기 이후에 자본시장에 의한 규율은 단기수익성을 제고를 강조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로 성장률이 저하되었고 경기가 침체되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수출증가가 내수경기를 부양시키지 못하면서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했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는 소득양극화를 가중시켰다.
우리나라의 비정규근로는 고용이 불안정한 형태이고 열악한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중산층이 해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억제하는 심리가 만연하여 경기침체를 야기했다. 조기퇴직과 고령화에 따른 불안한 노후를 생각한다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건전한 소비는 미덕이다. 세계적으로 견실한 중산층을 갖고 있다고 여기던 일본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기업의 고용능력을 떨어뜨렸다.
건전한 소비가 있어야 산업체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규제를 철폐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경제에 활로를 열어 주었으나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양극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회안전망구축에 정부가 힘써왔고 복지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소득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해소 방안은 고용확대 촉진정책이라고 본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중산층이 복원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기술과 정보의 발달로 제조업의 고용효과는 별로 크지 않아가는 추세이다.
오히려 문화산업이나 관광 등의 서비스 산업의 고용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의 고용사정은 최근 더욱 더 악화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은행제주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상승세를 보이던 실업률이 2005년 1분기 이후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상승하는 걸로 봐서 취업을 포기하는 구직포기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직이나 전직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하는데 필요한 교육훈련이 구직을 포기하지 않게 할 것이다.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여 그에 맞춘 교육훈련을 시켜서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불필요한 교육 훈련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다.
투자 없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투자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정치나 행정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면 제주도민의 복지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제주도민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인 노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지방정부는 적극적인 유연한 경제운용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개인의 창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양극화의 문제에서 경시할 수 없는 계층이동 가능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저소득층의 자녀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가난이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
소득격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공평히 제공해야 한다. 2004년도 우리나라의 소득계층별 사교육비의 지출 격차는 8.5배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소득층의 자녀들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양극화의 정도가 크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는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여 제주지역의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