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오름 트레킹에 나서다
[나의 생각] 오름 트레킹에 나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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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길었던 올 여름, 지루한 장마와 폭염, 산하를 할퀴고 간 집중폭우는 고달픈 민초들에게 또 하나의 혹독한 시련을 안기고 간 그 위대한 여름이 끝자락을 드리우며 가을을 잉태한다. 잠 못 이루던 열대야의 후텁지근함을 밀어낸 서늘하고 상큼한 공기가 폐부를 자극하며, 자연의 풍광을 찾아 나서기를 충동한다. 오늘은 아파트 동호인들과 오름 트레킹에 나서기로 했다.

상쾌한 아침, 여름내 더위에 위축되었던 그 속박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나서는 산행이다. 목적지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큰대나오름을 트레킹지로 잡았다. 오름이란, 기생화산구(寄生火山丘)를 말하며 지질학적으로 보면 오름은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368개의 오름이 있으며, 오름의 어원은 높은 장소 및 산정(山頂)을 의미하며 오름, 악(岳), 산(山), 봉(峰), 따위의 표기가 같은 의미로 씌어지고 있다. 제주시내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큰대나오름은 절물자연휴양림과 연결되어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에는 절물이라 불리는 약수터가 유명하다.

원래 큰대나오름 기슭에서 자연용출 되는 약수터 가까이에 약수암(藥水唵)이란 절이 있었던 데서 절물이라 불리며, 큰대나오름이 절물오름(寺水岳)으로 불러지는 이유는 이 절물에 연유한다. 표고 697m의 산정에는 대다수의 여느 오름처럼 분화구를 이루고 있다. 절물오름은 초행길이 아니지만, 낙엽수와 상록활엽수림이 혼재한 자연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오름의 웅장한 자태는 항시 새로움으로 나를 맞는다.

숲속에 능선을 따라 개설된 등산로는 숲이 햇볕을 가려 얼굴이 그을릴 일도 없고 공기도 상큼하지만, 그래도 여름이 끝자락이라 숨이 차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아침에 서늘했지만 아직은 작열하는 태양의 맹위가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항시 등정에서 겪는 피로함의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심과, 포기하고 싶은 나약함이 갈등을 빚어 내면에서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체하기 힘든 고난의 심연을 되새기며 다시 용기를 가다듬고 나약함을 극복한다. 비지땀에 후줄근히 젖어 몸이 나른하지만 이 땀이 찌든 혈관을 말끔히 씻어주고 건강한 육신을 보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중도에서 포기란 있을 수 없다. 무디어진 몸을 추스르며 다시 일어나서 무거워진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 도착하여 전망대에 올라, 고통스런 순간을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여 맛보는 그 희열은 숭고하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고즈넉하게 맞이하는 휴식의 아늑함을 어디에 비할까. 나의 시선을 붙들어 두기에 충분한 푸른 산하가 사방에 가득하다.

한라산의 품안에 안겨 정겹게 보이는 아늑한 제주시내의 풍경이며, 오름 능선 너머 에 올망졸망하게 펼쳐지는 성산일출봉과 수많은 오름들, 한 폭의 풍경화로는 담아낼 수 없는 웅장한 대 자연의 한복판에 내가 있다. 오늘의 무더위에 찌들어 흘린 비지땀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곤함도 잊었다.

다랑쉬오름, 물찻오름, 아부오름, 성불오름, 산방산, 군산……. 제주에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오름들이 너무 많아 태생적으로 선택받은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이웃들의 미소에 드리워진 자신감과 성취감이 가득한 모습에서, 내일 또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다른 오름의 트레킹을 기약한다.

문   익   순 (제주시 이도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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