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개정의 핵심
2004년 7월 13일 제주도의회 농수산환경위원회회의실. 당시 농수산환경위는 제주도가 제출한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개정조례안을 심의했다. 주요 논제는 왁스코팅 감귤 출하금지 내용이었다. 당시 김병립 의원은 “감귤 피막제 사용이 상품성 향상을 비롯 경쟁력 및 소비자 선호도 향상 등의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는 농가들이 발생할 때 과연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 조례를 지키는 농민만 손해 볼 것이 아니냐”고 당시 현재현 농수축산국장에게 조례 실효성 의문을 제기했다.
양대성 위원장은 “문제는 왁스코팅과 선과기의 구조가 서로 맞물리는 시스템에 있다. 품질의 신선도 하락과 부패촉진 요인이 왁스코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선과기 구조양식인 화염열풍건조방식에 있다. 이게 주범이다. 주범을 잡지 않고 코팅만이 잘못이라는 것은 핵심을 그대로 두고 먼발치에서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격”이라고 집행부를 나무랐다.
안동우 의원은 “만약 2005년 7월 1일부터 왁스코팅 출하를 금지시키고 다시 1년안에 선과장 800개를 개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며 왁스코팅 시행과 감귤선과기 구조개선문제를 묶어 2006년 7월 1일로 2년 시행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이 조례개정안은 집행부의 의도대로 자연상태의 신선한 감귤을 출하,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목적을 살려 안 의원 등이 지적한 대로 감귤 선과장 구조개선을 위해 2년간 시행을 유보,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키로 하고 통과됐다.
농정불신 자초한 제주도
현행 제주도의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상 왁스코팅 감귤 출하는 금지돼 있다. 이 조례는 2년간의 시행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중이다. 왁스코팅 감귤 출하 적발시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대상은 모든 감귤류(수출품 제외)다. 제주도는 그러나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단속대상은 출하시점상 하우스감귤이다. 왜 단속을 기피하는 것일까. 상인과 생산농가들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고두배 친환경농축산국장은 최근 도청 기자실에서 가진 도정브리핑에서 오는 11월 본격 출하되는 노지감귤에 대해서만 단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례 개정당시 감귤과장이었던 고 국장은 2004년 7월 도의회 농수축산위에서 “감귤농가들이 왁스코팅할 때보다도 안 한 것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특히 모든 감귤에 대해 강제착색을 금지,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5년 7월 1일자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노지감귤만 하겠다니…. 스스로 농정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조례상 모든 감귤은 왁스코팅 출하가 금지돼 있다. 때문에 하우스감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현재의 감귤 선과방식은 화염열풍건조방식이다. 물 세척 후 열풍기로 200℃ 이상 되는 열을 가한다. 다음단계가 바로 왁스코팅이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다시 열풍기를 사용하고 있다. 물 세척 후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감귤 표피에 상처가 발생, 이를 ‘눈 가리고 아웅’식의 왁스코팅을 하는 것이다.
앉아서 바보 된 도의회
그러나 왁스코팅 자체가 감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아니다. 이는 생산농가 및 상인, 생산자 단체 들이 모두 공유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화염열풍건조방식의 선과기 구조 개선에 있다. 이의 해결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다. 이를 잡지 않고 왁스코팅만 잡고 족치며 갑론을박하는 것은 핵심을 빗겨간 논쟁이다. 왁스코팅 자체가 감귤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부패과도 여기에서 나온다는 논리도 잘못이다. 지난 도의회는 바로 이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그러나 선과장 구조개선은 어떻게 됐는가. 감감무소식이다.
집행부는 조례 2년 시행유예기간동안 하겠다고 해놓고 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도의회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상인 및 생산자단체는 집행부를 상대로 조례 시행 유보 또는 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도의회는 가만히 앉은 상태에서 바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조례개정안 심의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 시행유예기간을 2년 주었음에도 불구, 그만 집행부를 믿었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의 뜻대로 조례를 개정해 주었던 도의회. 그런데도 이를 시행치 않는 집행부. 이를 바라보는 도의회의 심정은 과연 어떨지, 그게 궁금하다.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