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이어도
환상의 섬 이어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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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행복의 선택받은 땅으로 묘사되는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토피아는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반적 인류가 갖는 타계관념(他界觀念)의 무릉도원이나 에덴동산같이 시공을 단절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근세의 유토피아 사상은 이상향이 어디에도 존재하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현세와 시공의 연속선상에서 그려보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예로부터 이어도라는 유토피아의 환상을 안고 고난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이어도는 제주의 뱃사람들과 해녀들의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오는 환상의 섬이며 제주사람들의 이상향이다. 이어도는 아름답고 행복스런 복락(福樂)의 땅일 뿐만 아니라 제주뱃사람들에겐 죽음의 섬을 의미하기도 한다. 뱃사람들이 바다로 출어했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은 마침내 이어도로 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도를 본 사람은 없다. 설령 이어도를 봤다고 해도, 그 섬을 본 사람은 이어도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섬 이어도로 가서 피안(彼岸)을 누리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것을 믿고 싶어 하는 뱃사람들은 위험스런 질풍노도의 뱃길을 이상향으로 위로받으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제주의 해녀들은 남편이나 아들이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못하면 이어도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섬사람들은 이어도라는 섬을 믿기에, 이어도 노래를 부르면서 그리움과 고통을 삭여낸다. 뱃사람인 남편을 바다로 떠나보낸 아내와,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동병상련의 과부들이 이 애절한 사연을 담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이여도사나”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이어도로 간 남편이 나타날 때까지 “이여도사나” 노래를 부르다가 남편이 불귀의 객이 되었음을 확인하며 죽어간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노 저을 때 내는 여음)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소나무배)여’ ……. “이여도사나” 민요는 바다에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이 모진 풍랑에 좌초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뱃사람들의 한을 달래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였다. 반면에 제주의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 위해 어장으로 가면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여도사나”는 제주해녀들의 가치 있는 삶에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불굴의 의지로 세상사를 개척해나가는 거센 제주여인의 기상이 담겨있기도 하다.

인생의 덧없음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반복법을 쓰면서 드센 억양으로 토해내는 구절구절에 생동감이 넘쳐난다. 바다 여인들의 내면에 녹아있는 한 맺힌 절규는 드세면서도, 애절한 선율이 되어 바닷물결 따라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이 그리는 환상의 섬 이어도라 추정하고 있는 일명 파랑도는 대정읍 마라도 서남쪽 152km지점에 위치한 수중섬(水中島)으로 해상교통과 항로의 요충지이다. 암초 정상이 바다표면에서 4.6m 아래에 잠겨 있어, 파도가 심할 때만 그 형체를 드러낸다. 이어도는 현재 이어도해양과학기지가 건설되어 있어, 전설과 과학이 공존하는 제주인의 이상향으로 내면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문   익   순 (제주도홍보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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