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그에 따른 행동양식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티베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의 피를 뿌려 새들을 모으고 그들이 먹을 수 있도록 산중턱에 시신를 두고 온다. 북극지방의 이누이트 족은 멀리서 손님이 오면 가장 후한 접대가 자신의 아내를 손님과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하는 일이다.
굶어죽으면서까지 소를 잡아먹지 않는 인도의 ‘암소숭배사상’, 그리고 정상보다 비대한 간을 얻기 위해 거위의 목을 집게로 고정시키고 먹이를 강제로 먹인 후 비참하게 서서히 죽어간 간으로 요리를 하는 프랑스의 푸아그리 요리 등 다양하게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과거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 역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서양의 ‘애완견 사고’가 들어온 우리나라에서도 개고기에 대한 금기가 확산되기도 한 듯하다.
예로부터 여름더위가 한창인 삼복(三伏)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우리에게 있다. 개고기를 복중에 많이 먹는 이유는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것으로 개고기는 화(火), 복(伏)은 금(金)에 해당하여 화기(火氣)로서 금기(金氣)를 억눌러 더위를 이겨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더운 성질의 개고기를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을 이열치열로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동양적인 사고에서는 애완견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세상에서 다리가 두 개 달린 것과 네 개 달린 것 중에서 못 먹는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사람이고 후자는 책상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과 책상 말고는 못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들을 바라볼 때 이해할 수 없거나 수용할 수 없는 경우 ‘저속한 문화’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빈 해리스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분명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원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현상들로 이뤄져 있고, 그런 현상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전제 아래 문화의 진실을 찾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빈 해린스는 또한 대부분 문화는 거주환경과 맞물려 발생한 필수적인 장치라고 말한다. 인도의 경우 암소는 농경사회에 필요한 힘센 수소를 생산하는 주체이며 가난한 이에게 우유를 나누어주고 배설물을 통해 연료를 공급해주며 죽는 날까지 인도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거룩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원시 부족 사이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쟁도 단순히 원시적인 공격성의 산물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태에 알맞게 생태학적 균형에 따라 인구수를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차단 매커니즘의 하나’로 설명한다.
북극지방의 이누이트 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경우 기형아 출산이 많다. 인구가 별로 없는 북극지방의 경우 인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친족 간의 결혼으로 인한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기형아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일 뿐 이누이트 족의 손님 접대 문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문화적 장치인 것이다. 어찌 사람만 그럴까. <플레이 보이>잡지의 심볼 마크가 토끼이다. 어쩌면 토끼들은 격분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토끼는 맹수를 만났을 때 무기라곤 산에서 도망을 잘 갈 수 있는 짧은 앞다리와 긴 뒷다리뿐이다. 그런 토끼의 사정이고 보면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는 것은 많은 토끼를 생산해내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미의 횟수가 다른 동물들 보다 많다고 한다. 문화상대주의가 막연히 “너희가 야만적인 푸아그라를 먹거나 쉽게 이해가지 않는 달팽이나 제비집 요리를 먹듯이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 것도 다 옳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면 문화는 상대적인 것인 만큼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친다면 문화상대주의는 위험한 시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막연히 모든 문화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옳다는 시각은 보편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좀 더 인간사를 객관화하여 그 각각의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모든 문화 현상을 그 사회의 독특한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문화 상대주의라 할 때 그것은 각 사회의 관습과 신념이 자체적인 합리성과 응집성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처럼 생각하고, 먹지 않는 사람은 마치 문화인처럼 생각하는 것은 제대로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이지 않을까.
강 연 옥 (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