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식
휴 식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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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의 대부분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과, 그 일로 인한 축복으로써 이루어진다. 일이란 그것이 잘 진행되고 있을 때 그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리고 일은 놀이보다 피로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은 저녁 때 이젠 자유롭다는 신선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정염도 없이 종일 빈둥거리며 논 후에 맞이한 저녁에는 지독한 피로가 남을 것이다. “일이 즐거움이라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괴로움이라면 인생은 노예이다.”(고리키) 그림을 그리든, 밭을 갈든, 기계를 조작하든 거기에 희열이 흐르도록 일을 하는 것이 자유인이다. 그에게는 땀흘려 일한 후에 베푸는 샘물 같은 휴식의 의미를 체득하는 보상이 주어진다. “우리의 순수한 기쁨의 하나는 일한 뒤의 휴식이다.”(칸트)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노예는 휴식을 수면과 같이 써 버리기 때문에 비참하지만 우리들은 휴식을 통해서 기쁨과 활력을 얻는다. 진정한 여가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자유여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런 기쁨에 참여하면 우리의 고통이 뿌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굳은 뼈 매듭이 부드러워지며 여유와 탄력을 갖게 된다. 일이 있고 휴식이 없다면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위험할 것이다. 모든 밤을 불면으로 지새우는 것처럼 육체와 정신이 야위면서 소멸되어 갈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은 일어나기 위함이며, 휴식을 갖는 것은 새로운 활력으로 일을 하기 위함이다. 오늘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이나 일터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일을 통해서 생애를 영위할 뿐만 아니라 인생의 가치, 환희,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직장은 일정 기간 휴가를 마련하여 자유로운 휴식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휴가 기간과 그 활용 계획은 직장인의 아주 큰 관심사의 하나이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쉴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거기다가 한여름의 무더위가 몰려오면서 피서를 떠나는 인파도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여름 피서철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산과 계곡, 바다를 찾아가 직장이나 학교, 집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늘상 되풀이되는 일상의 일에서 잠시 벗어나 즐거운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 더욱 힘차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휴가는 현대인의 삶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휴가의 기간, 목적지, 경비 등등에 관해 가장 알맞은 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슬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쉬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길이 오히려 더 힘겹고 짜증나는 시간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성수기를 맞은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 수많은 인파, 이웃을 도외시한 자기 중심적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휴가와 피서는 무질서가 아니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다정한 이웃, 혹은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서 반가움을 찾아낼 때에 모든 부정적이요 파괴적인 요소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지적이며 도덕적인 완성이다.”(르낭) 평소에 노는 일이 부족한 듯 더 잘 먹고 놀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낭비와 파괴, 무질서의 와중에서 지극히 피부적인 쾌락을 얻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휴식과 피서를 즐겁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마침내 그것이 우리를 조종할 것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형태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김   영   환 (전 오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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