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행정시 25~26일 직접 업무보고 하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존 시.군 자치 입법권이 폐지되면서 행정시로 탈바꿈한 제주시와 행정시가 말 그대로 ‘종이 호랑이’가 됐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동시에 진행된 직원 인사 때 제주도의 명령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쓰라진 경험’을 체험했던 행정시가 이번에는 도의회에 직접 업무보고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기존 4개 시.군 민선단체장 체제에서 오랜 경험을 했던 직원들은 돌연한 도의회의 현장방문을 겸한 업무보고에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다.
제주도의회는 18일부터 오는 27일까지 10일간의 회기로 제230회 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번 회기 중 19일 감사위원회와 공보관실, 4.3사업소에 대한 업무보고를 들은 뒤 20일에는 경영기획실(제주발전연구원 포함), 이어 21일에는 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과 인력개발원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행자위는 이어 시.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도본청 자치행정국에 대한 업무보고를 24일 하루동안 받은 뒤 25일부터 행정시 업무보고 청취에 나선다.
행자위는 우선 오는 25일 오전 11시 제주시를 현장방문, 김영훈 제주시장으로부터 주요업무에 대한 현황보고를 청취한 뒤 이어 26일에는 서귀포시 제1청사와 제2청사를 잇따라 방문해 이영두 서귀포시장으로부터 업무보보를 역시 청취할 계획이다.
도의회가 행정시를 직접방문 해 공식회기 중 업무보고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작 도의회에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행정시 입장은 편치가 못하다.
행정시는 법인격을 박탈당했지만 상당부분 ‘자치권에 준하는 독립된 기능’을 갖고 있는데도 이처럼 도의원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좋을 리 만무하다.
행정시가 도의회에 업무보고를 해야 할 법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행정시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모습이다.
내심 도 본청이 이를 막아주기를 기대해 보지만 현재로서는 도 본청도 자신들 앞 가름하기도 바쁜 입장인 것을 잘 알고 있다.
행정시는 도의회의 행차가 있고 난 뒤에는 조만감 김태환 도지사에게 정식으로 업무보고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관선 때는 도의회가 없어 도본청만 ‘상전’으로 여기고 생활하면 됐는데 이제는 도의원들까지 상전으로 섬겨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행정시.
기존 시.군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최근 ‘행정시가 말 그대로 호구가 됐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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