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처분해야할 넙치를 시중에 유통,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제주도가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외면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해와 올해 초 ‘양식장 폐사어 자원화 사업’ 자체를 해양수산부의 ‘이익사업’이라는 회신에만 의거, 사실상 묵살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제주도 수산당국은 폐넙치 시중유통 사건이 터진후에야 부랴부랴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사후약방문식’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제는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설립된 제주시 자활후견기관이 자활공동체 형식의 ‘흙사랑’ 이름으로 양식장에서 나오는 폐넙치 등 수산물 찌꺼기를 수거, 이를 사료화해 공급하는 자원화 사업을 지난해와 올초 제주도에 지원을 요청(국비 2억원, 지방비 2억원, 자담 1억원)했으나 제주도가 이를 외면했다는데 있다.
도수산당국은 폐넙치 시중유통사건이 터지자 아직 확보되지도 않은 국비 25억원을 들여 가공공장 시설을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 예방행정보다 현안대처행정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 육상약식장에서 나오는 폐사어는 연간 900~1200t에 이르고 있다. 수산물 가공공장과 대형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산물 찌꺼기(생선머리와 내장 등)는 하루 5~10t 가량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폐사어는 매립이 유일한 실정이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시행되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제주도는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 사전에 이를 자원화하는 방안과 실효성있는 대책을 수립, 시행했어야 옳았다.
특히 제주시 자활후견기관이 요청한 자원화사업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이익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은 곤란하다는 명분만을 내세워 이를 수수방관해 온 것이다.
폐사어를 이용한 자원화 업체는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제주시 자활후견기관에서 운영하는 '흙사랑'과 액비를 만드는 중문수협과 서귀포시 자활후견기관이 유일하다.
이들 업체는 도내에서 생산되는 폐사어와 수산물 찌꺼기를 자체 수거, 이를 이용한 유기질 비료와 액비를 만들어내는 친환경적인 자원재활용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2002년에 설립된 '흙사랑'은 설립 당해 년도에 187t의 폐사어를 수거, 56t의 어분비료를 생산, 영농조합법인 등에 공급했다. 또 지난해에는 241t을 수거한데다 올해에는 450t을 수거해 어분비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폐사어를 처리하기에는 시설용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시 자활후견기관은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해양수산부를 통해 2003년도 예산으로 5억원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자치단체 사업으로 하라며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8월에는 '도민예산제안'사업으로 이를 신청했으나 이번에는 국비사업이라며 또 다시 외면당했다.
제주도는 최근 폐넙치 유통문제가 터지며 전국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8일 부랴부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25억원(국비 20%, 지방비 20%, 자부담 60%)를 들여 제주도양식수협의 선어회 가공공장 시설 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이날 밝힌 25억원은 그러나 아직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다. 또 25억원의 사업비가 확보된다 하더라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3군데 시설을 확충·지원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별도의 가공공장은 사실상 중복투자의 개념이 강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