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풀린 특별자치도 태풍 대응태세 실태...
“여름철 태풍내습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종전의 시.군 폐지가 하루 아침에 단행된 것도 아닌데...”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12일 제3호 태풍 에위니아 내습에 따른 직원들의 근무상태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태풍 에위니아 내습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붕 떠 있는 듯한’제주도청의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의 재난상황을 최 일선에서 책임지고 전담, 처리해야할 소방방재본부의 대응태세가 문제가 됐다.
소방방재청은 국가재난시스템(NDMS)에 의해 태풍 북상에 따른 전 직원 비상근무를 제주도소방방재본부에 통보했다.
그런데 제주도 소방방재본부에 파견돼 있던 소방방재청 파견관은 소방방재청에 제주도는‘제주도 표준행동 매뉴얼’에 따라 1/5만 근무하면 된다고 설명한 뒤 1/5만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행정시간 판이하게 다른 ‘비상근무형태’도 문제가 됐다.
행정시는 기존 시.군의 관례에 따라 태풍경보가 발령될 경우 전직의 1/2근무를 실시했다.
이 같은 근무형태는 이번 태풍 내습 때도 동일하게 이뤄졌다.
일부 읍면사무소의 경우 100% 전 직원이 근무하는 곳도 목격됐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심장부인 제주도청은 달랐다.
제주도청은 태풍경보가 발령돼도 전체 직원 가운데 1/5만 근무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읍면동 사무소는 직원들이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등을 살펴보며 빗속을 누빈 반면 제주도청 직원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감사위원회는 이에 따라 태풍 등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통일된 행동 매뉴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감사위원회의 감사는 제주도의 ‘한심한 상황전파’도 도마에 올랐다.
소방방재본부는 태풍이 내습하던 지난 9일 내부 전자문서를 통해 직원들의 출퇴근 등 근무를 총괄하는 총무과에 태풍주의보 발효에 따른 공무원 1/10근무를 이날 오후 5시에 협조요청 형태의 문서로 발송했다.
이 같은 문서를 접수한 총무과는 당연히 각 부서에 문서로 시행하던지 아니면 모든 직원에게 문자메시지(SMS)를 발송, 태풍정보를 알려야 하는데도 각 주무부서에만 비상근무토록 전화로 조치했다.
더 나아가 7월 1일로 제주도청에 편입된 보훈청과 직업안정사업소, 노동위원회 등에는 재난비상근무 매뉴얼조차 제대로 전파하지 않아 긴급재난에 대응하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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