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유효한 선거공약
반세기 동안 유효한 선거공약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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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꿈은 무한하다. 그리고 그 꿈들은 종종 이루어진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바다 속을 산책하며 구경하고 싶어했다. 그러한 꿈이 결국 ‘바다 밑 2만리(海底 二萬里)’라는 소설을 쓰게 했고, 드디어 잠수함을 만들게 했다. 또한 인간들은 옛날부터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했다. 이 꿈도 비행기로써 실현되었다.

이제는 인간들이 인공위성 같은 것을 만들어 달나라에 가는 등 우주여행까지 하게 됐다. 어느새 인간은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자만심까지 갖게 되었다. 심지어 의학의 힘을 빌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길까지 열어보려 하고 있다. 우리인간들, 특히 청소년들이 꿈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을 키워야 할 이유인 듯 싶다.

초대 민선지사 선거 때 강성익 후보 공약은 ‘대 제주 건설’이었다. 이 대 제주 건설을 위해 제주-목포간 다리를 놓고, 무보수 봉사로 어려운 도의 재정을 돕겠다는 공약도 했다. 그는 무보수 봉사는 실천했지만 제주-목포 다리 가설은 성공시키지 못했다. 사실 그 당시 제-목(濟-木) 다리 건설을 믿는 도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니 공약한 후보 자신도 성사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 때의 기술력과, 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도민들은 다리건설 공약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도리어 “언젠가 다리를 놓을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꿈과 희망으로 긍정적이었다.

강성익 지사는 비록 공약한 다리를 놓지는 못했지만 ‘대 제주’ 건설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었다. 바로 이 ‘다리 건설’ 공약만큼은 헛 공약이 될 줄 알면서도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 도민들에게 오로지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에서 내 세웠는지도 모른다.

이후 그 꿈과 희망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의 특별자치도가 되었을 것이다. 정말 강성익 지사 공약 이래 반세기가 넘어서 변방 제주도(濟州島)는 ‘대 제주’가 된 셈이다. 제주-목포간 다리 건설 공약은 반세기가 지났으나 아직도 유효하다. 그것은 과거 반세기 동안 도민들의 꿈이요,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주도민이 아닌, 다른 지방의 어느 고급 공무원도 제주 근무를 마치고 귀임 하면서 제주-완도간 다리 건설의 필요성을 누누히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5.31선거 때 도지사 후보 TV 토론에서도 다리가 터널로 바뀌어 의견들이 오갔었다.

사회자가 세 후보에게 제주-완도간 해저 터널의 필요성을 물었을 때 기술적인 것은 모두가 문제없다는 답변이었다. 다만 한 후보는 투자에 비해 경제성이 의문이라 했고, 다른 후보는 시기 상조, 나머지 또 다른 후보는 투자할 자금이 문제라고 했다.

만약 연구 결과 경제성만 있다면 한번 해볼만한 사업인 듯 하다 이왕이면 터널보다 다리가 좋을 것 같다. 제주시에서 추자도를 거쳐 완도로 이어지는 약 90km의 다리를 놓게되면 이 세 지역 교통난이 일시에 해소되고 관광명소로도 각광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사업으로 인한 수혜(受惠) 지역은 전라남도와 제주도다. 두 지역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 인천 송도와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사이 12.3km의 다리 공사가 1조960억 원을 들여 한창이다. 이 공사는 한-영(韓-英) 합작 법인의 민자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데, 제주-완도 다리 공사도 민간 자금 유치로 할 수는 없을지 검토해 볼일이다.

어쨌거나 반세기 전 강성익 초대 지사의 공약은 아직도 도민들의 가슴속에 꿈과 희망으로 생생히 살아 있어 성사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에 선거 때 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참 공약(매니페스토) 검증 작업은 너무 수학적이요, 도식적이며, 틀에 박힌, 그래서 무미 건조한 감이 든다. 각 후보들이 한가지 정도는 강성익 지사처럼 도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지난 5.31선거 때도 제2공항 건설, 고등학교 의무교육 실시와 같은 꿈과 희망이 있는 좋은 공약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모양이다. 설사 그것이 3~4년 내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화두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도민들에게 얼마나 꿈과 희망과 기대를 걸게하는 공약인가. 인간이 날고자 하니 날게 되었고, 달에 가고자 하니 가게 되었다. 또 바다 속에 가고 싶었기에 잠수함이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꿈을 심자. 희망을 갖자.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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