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고 오기마치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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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 오기마치 마을은 일본 기후현의 서북단 해발 약 500m에 위치한 마을로서 1976년 일본 중요전통건축물군 보존지역으로 선정되고, 1995년에 갓쇼즈쿠리(손을 합장한 형태의 초가) 전통가옥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마을이다.
마을 전체 면적이 45.6ha에 이르는 이 마을에는 옛 모습 그대로의 갓쇼즈쿠리가 113채나 보존되고 있을 정도로 100여 년 전의 마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늘에 와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문화마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첩첩산중에 해당하는 오지마을이지만 지금도 이곳에는 6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논과 밭을 경작하고 겨울철에 3m 이상 내리는 눈과 싸우면서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고 있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쫓아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대에 이 마을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대량의 유지비를 부담하면서 갓쇼즈쿠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마을 전 세대 147호 주민이 참여하여 1971년에 설립된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마을 자연환경 지키기 협회’가 있고 이와는 별도로 세계유산 취락보존, 지역진흥과 발전을 위한 제반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법인인 ‘세계유산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보존재단’이 1998년에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세계유산인 초가지붕 마을을 지켜야 하는데, 그 주 내용은 다음의 세 가지가 된다.
그 첫째는 세월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일이다. 갓쇼즈쿠리는 개인이나 한 가족만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지붕 이엉의 교체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이’라는 연합을 만들어서 거대한 민가를 지키고 있다.
두 번째는 화재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일이다. 갓쇼즈쿠리는 억새와 볏집을 40cm 정도 덮어서 지붕을 만들었고 그 내부는 모두 목재인 관계로 화재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어서 집 주위에 방수총을 매설하여 지켜나가고 있다.
세 번째는 폭설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일이다. 매년 12월에서 1,2월 사이 3개월 동안 마을을 감싸버리는 폭설로부터 집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갓쇼즈쿠리는 눈의 쌓임을 막기 위하여 가파른 경사도를 갖는 지붕이지만 얼어붙은 볏집의 표면에 자꾸 눈이 쌓이기 때문에 지붕 위에 올라가서 눈을 치우는 중노동을 하여야만 한다.
현재 이 마을에는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인 ‘와다가(사람이름)주택’과 현지정 중요문화재인 ‘묘젠지 절의 부엌과 종루문’이 있으며, 전망대, 시라카와 하치만 신사, 야외박물관인 합장양식 민가원 등이 공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 정도를 내어야만 집안을 구경할 수 있는 와다가주택은 하루종일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으며 마을 내에 있는 식당과 기념품가게에도 손님이 항상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 제주도의 성읍민속마을은 초가지붕과 내부가 거의 개조되었고 마을안 도로가 확장되면서 옛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이 마을은 1세기 이전의 집 모습은 물론 도로도 옛 모습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가는 문화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관광은 최첨단의 현대문명을 가지고 경쟁할 수도 있지만, 인류가 오래전에 살았던 고유의 그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서 상품화를 하는 것이 그 운치와 가치적인 면에서 더욱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마을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제주도에도 가장 제주적인 마을 그것도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민 화석화된 관광 마을이 아니고 지역주민이 옛날의 마을에서 그대로 살아가면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마을이 하나쯤은 필요할 것 같다.

고   승   익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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