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들의 기록
6.25 참전용사들의 기록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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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그리고 6.25. 전쟁이 발발한지 올해로 56주년이 되고 있다. 해마다 우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현충일과 더불어 6.25를 상기하면서 다시는 이 땅에 민족상잔의 비극이 없기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태가 변하면서 이러한 염원은 점점 엷어져가고 있다. 휴전이 된지도 반세기가 넘어서고 있으니, 젊은이들을 크게 탓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더욱이 이 달은 월드컵 축구와 겹쳐 6월의 의미가 퇴색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케 하는 사연들이 많다. 이를 통해서 국방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직접 전선에 나가 전투를 벌였던 용사들의 참전수기이다. 대한민국 해병대 3 ㆍ 4기 전우회는 몇 년 전, 자신들의 전투체험 기록을 집대성한 ‘참전실록-6.25의 회고’라는 책자를 발행하였다. 이 책에는 무려 140여명의 생생한 전투 경험담이 수록되어 있다. 17세의 어린 소년에서부터 2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전선에 뛰어들었던 자원입대의 학도병들. 지금은 8순을 바라보는 70대 중반의 노병들이 되었다. 이들의 수기 몇 편을 골라,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했던 당시의 상황과 전쟁을 아예 모르는 후세들을 위해 여기 소개해 본다.
  “늬, 가불민 난 어떵 살랜 말고(네가 가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 강대현 해병은 이 같은 어머니의 만류에도 눈물을 감춰가며 기어이 입영을 결정하고 말았다. 그는 외아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서귀농림중학교(4년제)4학년 학생이던 그는 3학년ㆍ 2학년 하급생들까지 지원을 하는 마당에, 독자(獨子)라고 해서 혼자만 빠질 수는 없었다.
  “참으로 어렵고 고된 3주간의 훈련을 끝내고 정식으로 제3대대 10중대 3소대에 편입되었다. 1950년 9월 1일 드디어 군함을 타고 산지항을 출항, 출정의 길에 올랐다. 9월 15일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과 9.28수도탈환 전투에 참전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우게 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보람이다.” 강용성 해병은 겨레를 위해 싸운 것을 이렇게 일생 최대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1951년 6월 4일, 우리 대대는 도솔산 전투에 투입되었다. 6월 18일까지 15일여 동안 진퇴를 거듭하며 전투를 벌였다. 우리 전우들의 희생이 말이 아니었다. 야간을 이용하여 기습해 오는 인민군 5군단 제12사단과 32사단의 정예부대를 격전 끝에 섬멸하고 목표고지를 완전 점령하였다.” 김성원 해병의 기억이다.
  또 부창옥 해병은 아비규환의 전쟁현장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김일성고지는 작전상 붙인 이름이었다. 해발 924미터 고지정상에는 선혈이 낭자한 피 ? 아군의 시체가 처참하게 흩어져 있어 마치 생지옥을 방불케 하였다. 아, 이승과 저승이 함께 어울려 소용돌이치던 길목이여! 연옥이 바로 저것인가.”
  이런 처절한 싸움 속에서도 잠시 고향생각에 젖어들기도 한다. 허문현 해병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50년 10월 29일 무려 16일간의 긴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은 말로만 듣던 명사십리(明沙十里). 우리 고향 사계리가 명사벽계(明沙碧溪)라는 성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어른들의 얘기가 떠올라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곧바로 원산상륙작전이 개시되었다.”    “15일간의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왔다. 세 아들이 모두 군대를 갔으니, 폐가처럼 쓸쓸한 집을 어머니 혼자 지키고 계셨다. 큰형은 나와 같은 해병대로, 작은 형은 육군으로 간 것이다.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전쟁터에 아들 셋을 모두 내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어찌하였으랴. 어머니, 돌아왔습니다. 그래, 살아오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고병남 해병의 회고이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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