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그루 꽃나무의 생애를 지켜본 적이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찬 서리 비바람을 맞고 새순을 움튼 채 꽃샘추위를 겪으며 이윽고 봉우리를 맺고는 서서히 만개해 가는 꽃나무를, 그 만개한 꽃들 위로 때로는 나비와 벌 떼가 날아들고, 또 때로는 벌레며 독충들이 달라붙고 하는 과정에서도 꽃은 언제나 꽃들끼리 나름대로 피어나면서 열매를 맺고 성숙한 만년(晩年)의 풍요를 만들고 누리다가 후손에게 성장의 거름으로 자신을 제공하고 스스럼없이 대지를 떠난다.
사람들의 삶도 그런 꽃나무들과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나이를 꽃나무의 생애와 비교한다면 60대는 성숙하고 풍요로운 가을일 것이다. 지금 60대는 선조들에게 효도를 한 마지막의 세대이며 젊은이들에게 존경과 효도를 못 받는 최초의 세대 일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60대는 정열과 젊음, 그리고 아름다움에 도전하고 홀로 서는 삶을 살아야 하는 세대다.
이스라엘의 정치 종교지도자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 부지런히 인생의 1막을 살아온 노년층이 또 다른 도전으로 2막을 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공모에 68세의 모 그룹 명예회장이 지원을 했다. 최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체력과 어학실력은 물론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적임지라고
생각되어 도전장을 냈다고 한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하고 있다. 노년층을 지칭하는 용어도 달라졌다. 노인이라는 말 대신 흰머리를 미화시킨 표현인 “실버”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주로 연장자, 선배란 의미의 “시니어(senior)라 불린다. 그리고 노인을 ”애플(APPLE)족이라고 한다. 애플이라는 말은 활동적(active)이고, 자부심(pride)이 강하고, 안정적(peace)이고, 고급문화(luxury)를 즐기는 경제력(economy)있는 노인층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다.
패션감각으로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을 하고 헬스클럽과 좋은 문화 시설을 이용하면서 지내기를 원하는, 경제력을 갖춘 우리시대의 시니어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얘기가 아니다. 물론 정심 굶는 노인들과 백수인 젊은이들이 한숨을 모르는 배부른 소리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60대는 배고프면서 눈물로 한세상을 어렵게 살며 지금의 부를 만든 주역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에서 부족한, 어려움을 잘 견디는 인내심과 큰 흔들림 없이 관조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애플족(노년층)들은 사회 속에서 무게감 있는 존재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사회의 시니어들은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듯하다. 60세만 넘어도 젊은이들에게 주도권을 주려고 한다. 3, 40대기수 하면서 사회전반에 조로를 부추기는 풍토가 나이 먹은 것을 두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시니어가 되려면 용감하게 나이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 미국UCLA신경학자 조지 바트조키스에 의하면 장 노년층이 되어야 뇌에 들어오는 정보 분석능력이 극대화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여성의 의상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 역시 71세부터 절정기를 맞았다.
노년의 외모를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시니어로 가는 길이다. 외모는 곧 자신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시니어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 많다. 편향된 의식과 사고가 팽배 할수록 균형을 잡아주는 성숙한 눈이 있어야 하고, 그 몫은 시니어의 것이다. 2005년도 말 현재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4%,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젊음과 열정을 가진 아름다운 시니어가 많아져야만 건강한 사회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