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혁이란 기대 속에 실시한 5ㆍ31지방선거는 한마디로 실망 이다. 집권당의 분화 속에 한나라당의 단합된 선거전략은 수도권과 영남ㆍ강원ㆍ충청권을 싹쓸이했다. 여당은 전북, 민주당은 전남과 광주에서만 승리하는 사상유례 없는 참패였다. 선거는 대통령선거를 보는 전쟁을 방불케 하였다. 선거풍토는 루머와 비방이 바닥흐름에서 난무했다. 시ㆍ도지사가 인기를 끈 광역지역은 덩달아 의원ㆍ자치단체장ㆍ비례대표가 흡입, 당선이 되는 자치독재가 등장, 민주제도의 어두운 그림자를 낳았다.
한나라당의 경우 광역단체장 16석 중 12석을 차지하고 기초단체장 230석 중 160석을 차지한데 반해 민주당 20석과 여당 19석, 나머지 무소속이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호남을 뺀 지역에서 독식, 정치기반을 장악하였다. 정부가 국회의원 3분지 2 이상을 차지하면 의회독재라는 평가를 하듯이 지방정치사 차원에서 새로운 지방선거의 변화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여당이 공들인 행정수도충청이전도 외면당하고 조세ㆍ부동산정책에 의한 지지획득도 실패했다.
정당별로 투표순위가 정해지므로 광역단체장의 인기에 따라 승ㆍ패가 가능하였다. 어느 의원후보는 20일간 떠나있었는데 당선이 되었다. 반대로 자기 선거에 불리하면 당의 존재를 외면하거나 , 개인플레이나 타 후보와 연계하는 외도사태도 벌어졌다.
與黨과 候補의 彷徨
학교에서나 정치교과서를 보면 개인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국가이익에 우선하라고 했다. 이를 어기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정치가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를 앞둬 탈당하고 타 후보에 편입하는 마치 전쟁을 앞둔 군대가 이탈, 군사령부가 해체되는 꼴을 보는 듯 하였다.
이런 상황을 초래케 하고 방관한 제도나 당도 문제다. 이는 공멸의 길이요 설령 득을 보더라도 정도를 어긴 서글픈 사례다. 당만 해도 당권경쟁이나 내분으로 일사분란한 선거전략을 잃은 리더십으로 비쳐졌다. 선거에 실패하자 당의장과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지도부가 해체되고 대통령책임론이 확산되는 모양은 집권 여당의 한계라고 본다. 자기들이 결정한 조세ㆍ부동산정책ㆍ개혁입법에 패인을 찾고 국민의 뜻이 당을 없애라면 따라야한다는 폭탄발언도 서슴없이 하고있다.
도지사의 승ㆍ패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진ㆍ현ㆍ김 후보는 3색이라 할 정도로 다른 개성과 자질을 가진 분이다. 진 후보는 젊음과 전문성, 현 후보는 경제마인드와 경영능력, 김 후보는 바닥조직과 감성ㆍ친화 등에 뛰어난 분이다. 초반부터 이번 선거는 ‘현대 김의 대결’구도에 ‘3등 진 후보’란 인식 속에 진행됐다. 진 후보는 내부 경선을 마치고도 장기간 공천지연으로 초 전에 힘이 소진된다. 이런 상황에서 불리한 지지여론돌파에 조직ㆍ홍보ㆍ자금마저 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우세한 다른 두 후보는 격렬한 경쟁이 진행되었다. 진 후보는 젊은층과 고향과 서부의 단합에 건 기대가 빗나가고, 쓰레기장을 세계적인 월드컵운동장으로 변모시킨 상암효과도 빛을 잃었다. 덩달아 박근혜 피습, 무력한 여당이란 악제가 가세하였다.
문제는 선거전에서 TV토론이나 공약이 표 바닥을 움직이는데 맥을 못 추었다. 공약에서 비행기 삯 50%인하나 고등학교의무교육실시에 부정적인 인식도 한 예이다. 병역ㆍ비리ㆍ거짓말에도 무딘 옛이야기가 되고, 행정시장후보선택도 현의 산 남 출신만 선택, 산 북 주민의 반발, 김 후보의 혁신 안 반대 후보를 실리적 선택, 진 후보의 비행정인 선택은 지지도득실에 격차를 낳았다.
선거 종반에 들어가자 현과 김의 대결로 인식, 진 후보 표가 분산되고 승패의 결정적인 인자인 양자택일에 호남과 공무원 표가 변수로 등장했다. 문제는 강한 CEO출신이 당선이 되면 공무원조직과 인사부담, 호남 표의 상대적인 다수가 김 후보로 쏠려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분석이다.
진 후보에 호감을 가진 대상도 진 후보의 지지도가 기대에 못 미치자 현과 김 후보로 이동한 것이다. 김 후보의 여건을 극복한 선전이다. 문제는 선거 판에선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선거를 보고 지방선거제도의 변화,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 선거였다.
김 계 홍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