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면서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던 故 김영갑씨.
그가 바람을 따라 돌아간지 1년이다. 그러나 그의 제주사랑은, 제주의 남긴 애정은 하나 변한 것이 없다. 제주섬안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갑 타계 1주년을 맞아 그동안 사진집이나 단행본 등에서 발표한 작품들과 미공개 작품들을 모은 사진집이 발간됐다. 'Wind ... Field ... Orum ... Cloud 1957 ∼ 2005'.
이번에 발간된 사진집 작품들은 故 김영갑씨가 파노라마 작업을 시작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찍은 사진들로 그의 20여년 제주생활과 사진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오늘도 흔들린다. 구름이 흐르는 대로 흔들린다. 맑은 날을 빠르게, 흐린 날은 더디게, 구름따라 흔들린다"
평생 바람과 마주했던 사진가, 바람을 떠나 삶을 말할 수 없고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사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던 그는 중산간의 한 나무를 응시했었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몰아칠 태세 속 나무, 비가 바로 그친 나무, 파란 하늘 하래 서 있는 나무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무지만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를 보면서 섬의 강한 의지를 찾아냈다.
풍경을 찍으려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바람을 담으려 했던 사진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소담한 자연주의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래서 더 은은한 황홀감을 풍긴다.
진동선 현대사진연구소장은 "바람에 실려온 사진이라면 구름에 실려간 것은 영혼이었다. 바람, 사진, 구름은 하나같이 사라짐과 소멸을 예정했다. 사진이 곧 영혼이었다.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은 사진으로 되돌려진 영혼의 모습이었다. 세상을 사는 존재 이유가 그에게 사진이었다. 사진은 영혼이었고, 바람이었고, 구름이었다. 20년 동안 중산간을 헤매게 한 요체들이었다"고 말했다.
다빈치,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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