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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선거에서 김태환 후보는 10대 공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첫 도지사에 당선됐다. 김태환 당선자가 제시한 10대 선거공약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제주도는 살기 좋은 자치도가 될 것이요, 도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느냐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당선자의 노력과 능력 여하에 따라서는 실천도 가능하리라고 보아진다.
사실, 이들 공약들은 제주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안이면서도 무지개 빛과 같은 면도 없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헛 공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선 FTA를 대비한 기금 1조원 조성이 그렇고, 일자리 2만개 창출도 그렇다. 2010년까지 관광객 800만 명 유치-산남(山南) 제2혁신도시 건설-제2공항 건설 계획 수립-특별자치도 재정확보를 위한 국세 2% 법정율화-고등학교 원어민 교사 대폭 확보 등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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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김태환 당선자는 이러한 공약으로 제주도민들의 지지를 획득했고, 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에 취임하게 되었다. 김 당선자는 취임 후 다른 업무에 앞서 최우선으로 공약 실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10대 공약의 성격으로 봐서 4년 임기가 결코 길지 않다.
때문에 특별자치도 초대 도정(道政)의 초점은 주로 공약 실천에 맞춰져야 하며, 대부분의 업무가 그것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심지어 예산-인사 배치도 공약의 성공적-능률적 이행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우리는 김 당선자가 모든 공약을 철저히 이행해 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공약만큼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실천에 옮겨주기 바란다.
공약 내용을 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개년간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인 데, 우리는 이 계획이 실현성이 없는 단순한 자체 계획이 아니라 적어도 정부의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도 자체 계획을 수 백번 세워봐야 휴지에 불과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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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나라 동남권(東南圈)인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등 5개 광역 시-도의 자치단체들과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총 연합해서 신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김태환 당선자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공동 건의문까지 채택했고 정부가 앞장서 주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정부의 ‘2006~2010년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에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곳의 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는 이번 5.31선거에서 신 국제공항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기까지 했다.
김태환 당선자도 제2공항건설 공약을 지키려면 정부의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에 반영시켜야 한다. 이것에 실패하면 이 공약이야말로 헛 공약이 돼버린다.
우리가 그 많은 공약 중 특히 제2공항 공약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른 공약과도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비좁고 포화 상태인 제주국제공항만으로는 800만 명의 관광객과 대규모 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으며, 제2혁신도시 건설에도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결국 일자리 2만개 창출도 힘겹게 된다. 제주 섬은 공항이 막히면 고립무원(孤立無援)일 수밖에 없다. 김 당선자도 제2공항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에 그러한 공약을 했으리라 믿는다. 득표용 공약이 아닌, 실천용 공약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