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생각한 뒤에 행동하고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것은 우리들이 갚아야 할 괴로운 빚이다. 그것은 우리가 실천에 옮길 때에야 청산된다.“(채근담) 잘못은 사람과 함께 이 세상에 왔다.
나무나 짐승에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잘못할 수도 있고 잘못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인간만이 가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하나의 진실은 과오를 범하는 데 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의식적이든 혹은 무의식적이든 과오에 빠져들 때가 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은 과오의 연속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을 우리는 가장 정직하고 고매한 인격자로 바라보게 되는가?
우리가 과오를 피하려고 애쓰는 것은 절망을 이겨나아가기 위한 자각이다.
그러나 자기의 잘못을 바르게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만드느 아름다움이다. “사람이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을 삼가 뉘위치면 그는 능히 이 세상을 비추리라. 마치 달이 구름에서 나온 것처럼“(법구경) 그러기에 과오를 부끄러워 해도 회개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뉘우침을 통해 과오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진솔한 사과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것이다.
그래서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한국 속담) 고 한다. 사과는 빚의 청산인 동시에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끈질긴 힘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진실의 행위에 의해서만 전달되는 진실한 사과와는 사뭇 다른 일이 빌어질 때가 있어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최근에 한 여교사가 학교에 몰려온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이 발생하여 충격을 주었다.
언론매체는 교육현장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하였다.
문제가 발생한 초등학교는 학생수에 비해 식당이 비좁아 1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전교생이 3개 조로 나눠 식사를 하기 때문에 빨리 식사를 마쳐야 했다.
그리하여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서둘러 식사를 하도록 독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이 학교로 몰려와 과격한 항의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담임교사를 향해 사퇴하라고 거칠게 삿대질을 해댔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였던 것인가? 학부모들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 는 오만한 비리에 사뭇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여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진정 우리의 과오를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삿대질을 하는 학부모가 우리의 자신을 투영한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들은 자기들의 위세와 실력을 보이기 위해 사전에 방송국에 통보까지 했다.
이리하여 짓밟히는 우리의 교육현장은 방송에 생생히 보도되었다. 그들의 위력으로 파리만도 못한 교사의 목을 자르는 일은 손바닥 뒤집듯이 쉽다는 것을 과시했던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 우리의 귀여운 자녀들은 교육을 받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당하고 있는 정신적 상처와 불신은 누가 치유할 것인가?
“내 몸이 지은 산과 같은 죄를, 몸을 불로 사르면 스러지오리까?“(이광수) 여교사의 눈물 앞에서 우리는 제대로 무릎을 꿇고 통한의 눈물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손잡고 뛰노는 학교를 되살려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짊어진 괴로운 부채임을 통감한다.
김 영 환 (전 오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