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이광춘 소장이『한라산』이라는 이름의 책 두 권을 보내왔다.
한권은 2006년 판 ‘사진으로 보는 천연보호구역의 자연 생태계’『한라산』이요, 다른 한권은 2005년 판 ‘천연보호구역 경관화보집’ 『한라산』이다.
이 소장은 끈질긴 집념의 만학도(晩學徒)로, 제주산업정보대학 행정과를 졸업하였다. 요즘은 한라산의 보호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라산은 누가 뭐라 해도 명산(名山)이자, 영산(靈山)이다. 제주를 상징하는 한라산은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요, 우리 도민의 자산이다.
먼저 2006년 판 ‘자연생태계의 한라산’을 보자.
형형색색의 각종 식물들이 보는 이의 눈을 현란(絢爛)케 한다.
아름다운 야생화와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들, 청초함을 뽐내는 이슬 먹은 풀과 갖가지 모양을 한 예쁜 버섯들, 드넓은 초지(草地)와 억새꽃, 우거진 숲과 단풍, 그리고 수백 년을 살고 있는 고목들,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빼앗지 않는 게 없다.
어디 그뿐이랴. 꿀을 빠는 나비와 사슴벌레, 한가로이 노니는 노루가족과 오소리, 까마귀 떼, 동박새와 이름 모를 새들이 즐거움을 더해 준다.
남벽 일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진달래 밭과 만수(滿水)의 백록담은 한라산 경관의 극치를 이룬다.
다음 2005년 판 ‘천연보호구역’을 보자. 한라산의 비경(秘境)을 카메라에 담은 경관화보집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촬영한 것이라, 역시 수준 높은 생생한 작품들이다.
누렇게 익은 감귤원과 그 뒤로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 설화(雪花)가 만개(滿開)한 겨울 산, 정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원(雪原), 눈과 얼음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영실과 오백나한, 안개 자욱한 산위의 무지개, 서귀포항에서 바라 본 전경, 그야말로 형언키 어려운 황홀경(恍惚境)이다. 문인도 아닌 사람이 웅장한 한라산의 수려하고 신비로운 풍광을 어찌 다 글로 나타낼 수 있겠는가.
필력이 짧음을 한탄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작가 현길언 교수는 한라산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바로 제주도이다.
한라산은 사(死)화산이면서 살아있는 인간들의 숨결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특이한 산이다. 제주사람은 지금까지 이 산을 바라보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제주 어느 곳에서나 이 산은 제주사람의 눈과 가슴으로 와 안긴다.”
그렇다. 한라산은 제주도이고, 제주도는 한라산이다. 해발 1천950미터, 한수(漢水)이남 최고봉인 한라산. 주변에 360여개의 분화구가 있고, 1천800여 종에 달하는 온대겞??한대의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한라산.
먼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이곳까지 신하를 보냈다는 영주산이 곧 한라산 아닌가.
이러한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한동안 떠들썩하더니, 요즘은 좀 뜸해진 모양이다.
문제는 개발과 보전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있다. 선(先)개발 후(後)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보존성(保存性)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을 개발하고 지역경제와 관광 진흥을 도모해 가며 보전(保全)해야 된다는 의견과, 자연 그대로를 보존(保存)하여 환경을 살리면서 후대에 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좋은 뜻이다.
다만 이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얼른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과연 어느 것이 우리 제주도와 도민들을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이겠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현세의 ‘삶의 터전’이기는 하다. 하지만 후손들도 하늘이 내려준 환상의 고장에서 천혜(天惠)를 누릴 권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인지상정인지, 제주도를 아끼는 애향심의 발로인지 모를 일이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