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없고 비방과 인식 공격만
‘5ㆍ31 지방선거’ D-8.
탤런트 뺨치게 연출된 사진으로 치장한 유세차량이 거리를 누빈다.
울긋불긋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의 수사(修辭)가 넘쳐나고 선정적인 퍼포먼스가 표밭을 달구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라 할만하다.
정치가 백성들을 편안히 잘 살게 하고 지역과 나라발전의 단계를 한 단계씩 높이는 행위라면 정치적 술렁거림이 나쁠 것은 없다.
거기에서 각각의 정책이 검증되고 자질과 능력을 갖춘 야심만만한 지도자를 골라낼 수만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분위기로는 이 같은 정치적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정책경쟁의 선거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감을 주는 리더십과 정책으로 도민들의 지지를 받으려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유권자의 감성만 자극하고 있어서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후보자들의 거리유세와 TV 토론회를 보면 그렇다.
특히 지난 몇 차례 진행됐던 도지사 후보 초청 TV토론회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실망만 안겨줬다.
말꼬리 잡기 매달렸단 TV토론
자신의 정책공약에 대한 구체적 예산 확보방안과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등의 실형가능성을 진지하게 설득하기보다는 남의 말꼬리 잡기나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 그리고 조롱 끼 섞인 비웃음으로 일관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떻게 제주의 품격을 높이고 제주인의 자존심을 키우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지 한심할 지경이었다.
정치가 아무리 선동적 속성을 갖고 있고, 선거가 아무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짓밟고 가는 더럽고 비열한 정치게임이라 하여도 상대 비방과 인신공격만을 갖고 표를 긁어 모으려는 천박성은 무익(無益)을 뛰어넘어 유해(有害)한 사회적 갈등만 조성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나라안이 온통 충격에 휩싸여 있다.
남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도 따지고 보면 상대방에 대한 ‘정신적 테러’ 또는 ‘정서적 린캄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머리를 제대로 굴리지 않으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도지사나 도의원을 뽑지 못하면 제주발전은 고사하고 제주도민들만 고생할 것이다.
잘못 선택은 후회해도 소용 없어
선거는 넓은 의미에서 상행위(商行爲)다. 그래서 투표는 투자나 다름없다.
누구에게 투표하고 어떤 인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역공동체의 손익계산서(損益計算書)가 달라진다.
그러기에 후보자들의 공약과 역량을 따져보지 않고 각종 인연에 얽매어 배팅하는 것은 위험한 상행위다.
한 번 투표한 다음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억울해 찍은 손가락 잘라 바다에 던진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도로물릴 수도 되 팔 수도 없는 것이 투표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는 소중하고 신성한 유권자의 권리이지만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무거운 정치행위다.
제주에서의 ‘5.31 지방선거’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제주특별공화국’을 이끌어 갈 도지사와 도의원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일이다. 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구사하는 후보자를 배제하는 일이다.
허황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사람도 퇴출 해야 할 우선 순위다.
그런 다음 제주문제에 대한 합리적 진단과 제주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최선을 찾을 수 없다면 차선(次善)을 찾을 일이다. 차선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차악(次惡)이라도 골라내야 한다.
이것이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의 권리요 의무이자 책임이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