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의 명성찾기
한라봉의 명성찾기
  • 김용덕 기자
  • 승인 2006.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 잘못인가

제주의 대표적 만감류인 한라봉. 이 한라봉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한라봉은 한라봉이 아니다”는 말이 만연하다. 맛이 안난다는 얘기다.
단맛보다 신맛이 너무 나기 때문이다. 소비자 외면의 가장 큰 이유다.
한라봉의 원명은 부지화(不知火)다. 일본 농수산성 과수시 감귤부에서 중야3호퐁강에 청견을 교잡 선별육성하고 1972년 발표한 비교적 역사가 짧은 품종이다.
제주도에 도입된 지는 약 15년 정도. 그간 여러 명칭이 사용됐다. 데코봉, 일출봉이라고도 불리웠다. 1999년부터 ‘한라봉’이라는 이름으로 통일,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 한라산 모양을 하고 있는데서 유래된 한라봉의 역사는 명칭이 통일된 시점부터 따지면 8년째다. 이 기간동안 한라봉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과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한라봉의 명성은 끝없는 나락의 길로 추락하고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현대인들은 경제향상에 힘입어 당 높은 여러 종류의 음료를 하루에도 수없이 접하고 있다.혀의 당 감각이 2도정도 높아졌다는 통계로 볼 때 고품질의 감귤과 한라봉 생산은 감귤류 생산농가의 절대적 과제이자 사활의 중심축이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한라봉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 한라봉이 지금에 와서 당국의 무관심과 미국산 오렌지 수입 등에 밀려 국내 소비자의 눈총 밖으로 내몰렸다.
후진성 과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값이 떨어지고 소비자가 외면하고 사상 최초로 가공용으로 수매되고 있다. 그러나 한라봉 생산농가 어느 누구 한사람도 대책을 세우라고 하는 사람 없다. 감귤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다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잘못의 원인은 자명해지는 일이다.

기술력 향상과 인식개선 시급

한라봉은 시설 재배다. 한라봉은 따뜻함과 비를 좋아한다. 때문에 고온 다습한 서귀포를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나무 한그루에 보통 150에서 200개 정도 한라봉이 달린다. 무게는 250g에서 400g 정도. 크기는 보통의 경우 큰 사과 정도이고 큰 것은 배 크기 정도로 크다. 모양 생김이 한라상 정상봉우리 같이 생긴데다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한라봉은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다. 나무 윗부분에 달린 것 일수록 당도가 높지만 수확시기나 재배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온주 밀감의 경우 당도가 11도에서 12 정도인데 반해 한라봉은 14도에서 16도의 당도를 자랑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이 같은 한라봉의 특징으로 행정당국은 지난 2003년 감귤원 폐원 대체작목으로 만감류 재배를 유도, 그 면적이 상당부분 증가했다.
문제는 일반 온주감귤에 한라봉을 고접, 여기서 나온 한라봉의 대부분이 당산비 대비 높은 신맛을 보인데다 조기 출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당초 서울가락동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은 신맛이 강한 한라봉 조기출하를 매우 우려했다. 유통조절하지 않을 경우 한라봉은 금방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지적이었다. 그 얘기는 정확했다.
소비자 외면으로 지금 kg당 1000원에 한라봉이 가공용수매로 넘어가고 있다. 물량만 19일 현재 370t 가량 이르고 있다. 이게 말이되는 소리인가. 없어서 못 먹는 다는 한라봉이 가격하락과 소비자 외면으로 판로가 막혀 가공용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게 한라봉 농가로서는 최고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일반 온주감귤 재배식으로 한라봉을 키우려면 그만 두는게 낫다. 재배력 향상과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이를 농가들이 모르지 않는다” 농협 관계자의 말이 와 닿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제주감협이 뒤늦게 한라봉 명성찾기에 나섰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제주감협은 최근 소비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라봉 농가의 판매 촉진을 위해 지난 18일과 19일 대전정부종합청사에서 소비판촉행사를 가진데 이어 20, 21일 이틀동안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한라봉 판촉행사를 가졌다.
이번 판촉행사는 생산 농가들이 직접 참여했다. 18일 첫날 행사에서는 3kg 500상자가 2시간만에 팔렸다. 때문에 추가 발주가 긴급하게 이뤄지는 등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였다. 제주감협은 이 같은 육지부 판촉행사를 통해 3억3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제주감협은 앞으로 생산농가의 소득 향상과 한라봉의 소비촉진을 위해 판촉행사를 꾸준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맛이 나는 한라봉은 저온 숙성후 출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라봉은 더 이상 한라봉이 될 수 없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한라봉 출하야 말로 한라봉의 명성을 찾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제주감협 관계자의 말처럼 더 이상 한라봉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이 없도록 일선재배농가는 물론 감협 등 생산자 단체, 행정당국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김   용   덕 (경제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