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지도교사 고달프다
학생지도교사 고달프다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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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지도 담당업무 교사들은 고달프다.
다른 동료교사보다 1시간 일찍 출근, 1시간 늦은 퇴근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문제 학생의 부모들로부터 엉뚱한 항의전화라도 받으면 그만 온몸에 힘이 빠진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각종 청소년 범죄가 빈발할 때라 사고소식을 접 할 적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낀 것은 아닌지' 사고수습도 골치지만 무엇보다 문제 가정의 학생이 포함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다.

학생을 과잉보호하거나 결손가정은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탓이다.
사전에 예방한다고 방학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니다 보면 정작 자신의 자녀들이 불만을 내 비치는 것도 학생지도업무를 회피하게 되는 한 원인이다.
근무 가산점 획득에도 유리할 게 없다.

매년 학기초 학생생활지도 업무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맡을 교사가 없다'는 학교입장에 밀려 다시 맡고는 이내 후회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도내 30개 고등학교 생활지도교사 83명중 여교사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이 힘든데다 이제 막 어른 티를 내기 시작하는 특히 남학생을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교사는 물론 학교측도 맡기기를 꺼리고 있다.

1989년 교직에 발을 내 디딘 후 학생부에서 14년간 지낸 제주시내 O고교 이모교사(43. 국어)는 하루 18시간 수업에 하루 평균 두 시간 이상 학생업무를 처리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애로점으로 '학부모들의 교육관 및 사회환경 변화'를 들었다.

이교사는 "예를 들어 핸드폰 소지가 교내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지만 실제로는 제재가 쉽지 않다"며 "이 방침도 아이들과 연락하려는 학부모들 입장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에서 마련한 2004학년도 학생생활지도기본계획과 장학 담당관의 생활지도 업무내용을 보면 기본생활태도함양을 비롯 학생징계, 학생회 운영 및 행사계획 시행 등이다.

학생 예절에서부터 학생회 , 학생선도활동, 학부모면담 등 교내 외에서 이뤄지는 20가지가 넘는 학생 생활관련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한 도내 학교문제는 ▲다루기 힘든 학생을 전부 학생과로 보냄 ▲학생인권존중, 체벌 안 하기 등으로 학생지도의 위축 ▲일부 실업고의 전문대 수시 입학 전형으로 3학년생 교육과정 정상운영이 어렵고 저학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등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갖는 문제로는 ▲학생과잉보호, 결손가정, 무관심, 가정폭력 ▲대화부재, 애정결핍, 올바른 교육관 결여 ▲학교 탓, 교사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 ▲왜 맞고 다니냐, 기죽지 마라 식의 그릇된 가치관 형성 등을 들고 있다.

함덕정산교 김홍철 학생부장은 "최근 자녀를 한, 두명만 두다 보니 학교에서 엄하게 다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학부모와 학교가 신뢰속에서 자녀 선도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학교별로 학생지도교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예전의 잣대로 학생지도에 나서기보다는 변화한 교육환경에 걸 맞는 생활지도안 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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