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보강증거 없는 자백 인정 못한다" 판결
범죄 사실의 자백만으로는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어서 앞으로 사실상 자백에 의한 공소 유지가 어
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의 협박과 회유에 의한 자백의 경우 증거능력
이 없어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향이다. 증거 입증이 없
는 자백도 공소 유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회유 등에 의
한 자백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5일 중앙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이상훈)는 태국에서 마약을 들여와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태
국 교포 S 씨(34)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S 씨는 2004년 10
월 태국에서 마약(야바) 2정을 국제특급우편물로 위장해 들여
와 서울 자신의 집에서 투약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1
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었다.
S 씨는 "우편물이 마약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자백하지 않으면 추방된다"는 검찰의 압박에 공소사실을 자
백했었다. 검찰은 지난 해 11월 1심에서 S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했다.
자백은 유죄 인정의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 따라서 수사도
자백을 중시하게 되고, 판결도 자백하면 유죄로 인정하는 경
우가 많았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회유
와 협박으로 자백을 받아냈다가 말썽을 빚곤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형사소송법(제310조)은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
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임의로 한 자백의 경우에
도 자백에 대한 다른 보강증거가 없는 한 유죄로 인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
잖았다. 따라서 이번 서울고법의 회유 자백에 대한 무죄 판결
은 아직도 잔존하고 있을지 모를 자백 편중의 수사와 자백에
의존한 유죄 선고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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