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 집은 몇 평이야?" "넌 임대아파트 살아?" "아빠 차는 뭐야?"
갓 유치원 딱지를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이렇게 대화를 한다고 한다.
모든 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어린이답긴 한데 뭔가 이상하다.
'몇 평' '임대'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지만 '수(數)'의 개념을 경제원리로 이해해 버린 아이들이 어린이답지 않음에 씁쓸하다.
고도로 물질화되고 핵가족화가 급진전된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어린이는 봉건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닐 수도 있을진대 '내 아이를 세상 최고 만들기'에 어쩌면 어린이들이 어린이답지 못하고 '제왕'을 만들었지도 모른다.
어른은 '어른답게'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모든 것이 '다워'야 하고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어야 가장 아름답고 빛 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이'란 말을 창안해 처음 사용한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은 어른들처럼 욕심 없고 욕심스런 계획도 없는 죄 없고 허물없는 자유로운 하늘나라가 어린이 나라라고 했다.
오늘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없이 맑고 바르게,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린이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제84돌 어린이날이다.
어디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보호, 많은 교육, 많은 사랑을 어린이들에게 퍼붓고 있는 우리,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아이답게 뛰놀 수 있도록 그대로 무관심해 보는건 어떨런지.
한 애 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