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떤 것은 허용되나.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학부모들의 성의인가 아니면 학교 내 위화감을 조성하는 잘못된 관행인가.
학교발전기금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의문들이다.
초.중등교육법 제33조와 동법 시행령 제 64조를 보면 학교발전기금에 대한 사항이 나와있다.
일단은 조성이 합법이라는 대목이다.
발전기금은 시행령 2항에 학교교육시설의 보수 및 확충, 교육용 기자재 및 도서의 구입, 학교체육활동 기타 학예활동의 지원, 학생복지 및 학생자치활동의 지원 등에 쓰이도록 돼 있다.
사실상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 거의 모든 부문을 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조성에 있다.
합법이기 위한 전제조건은 목적을 명시해야 하고 기간. 조성규모도 밝혀야 한다.
여기에 '자발적'이라는 애매 모호한 단서조건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학부모회에서 시설개선을 목적으로 바자회나 일일찻집을 운영할 경우 날짜와 액수 등은 있어 일단은 무리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판촉을 도모하기 위해 학부모 1인당 티켓 몇 장, 학부모회 임원들은 몇 장 , 이런 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면 비자발적이기에 불법이라는 얘기다.
또한 운동회나 소풍행사에서 학부모회 임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걷는 행위도 불법이라는 해석이다.
목적이나 모금규모 등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탓이다.
일일찻집이나 바자회 등을 통해 지난해 도내 31개 학교에서는 4억1천만원, 올들어서도 12개학교에서 1억9800만원을 조성한 것으로 도교육청이 이번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나타났다.
도교육청의 학교발전기금조성 현황을 보면 도내 초등 104개교 중 4개교만 기금을 조성하지 않은 채 지난연말 기준 총 조성액은 7억4천여만원이다.
중등은 5개교를 제외한 31개교가 1억4천488만원, 고등은 7개교가 빠진 21개교 2억8800여만원 등으로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조성하고도 사용치 않은 학교발전기금규모만해도 11억6천여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지 않은 돈이 운용위원회와 학교장의 재량 아래 쓰이고 있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각급 학교의 조성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으나 제주시내 2개 고등학교는 실태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마음대로 모아서 쓰고 싶은 데로 써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 임원을 지낸 김모씨(여 38)에 따르면 일일찻집인 경우 할당제를, 팜플렛 등 책자를 만들 때는 학부모 가운데 사업을 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권유, 기금을 조성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자발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왜 그런 활동에 나서냐는 질문에 김모씨는 "자기 자녀에 관심을 더 쓸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활동을 부추긴다"며 무기명으로 성금을 내면 어떠냐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금을 내는 학부모수가 확 줄 것"이라고 추측했다.
2일 참교육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는 분명히 빈부의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학부모들이 내는 조성기금 액수에 따라 학교생활이 달라 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학부모들 사이에는 존재하고 있다"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부작용이 클 바에야 아예 없애는 게 옳은 것 아니냐"고 폐지를 주장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현행 학교발전기금을 폐지해 학부모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품을 모으거나 갹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 ▲현행 제도는 유지하지만 발전기금 모금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용 기자재.도서의 확충을 위해서는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방안 등 3개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우선 행정지도 등을 통해 불법찬조금 모집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며 "종합적인 대처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