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눈을 돌리면 제주도 보다 더 작은 국가도 있다. 중미의 카리브해 동부에 위치한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도 그런 나라중의 하나이다.
도미니카의 면적은 750평방 킬로미터이고 인구는 7만 정도이다. 다른 작은 도서 개발지역국가처럼 도미니카는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취약하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제는 주로 농업 특히 바나나에 의존도가 높다. 자연재해가 생기면 바나나 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는데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재해 못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도 도미니카는 바나나를 단일 작목으로 하는 농업이 주였다.
1990년에 소규모로 농사를 짓던 600명의 농업인이 있었는데 그 가족들까지 고려하면 2만4천명의 도미니카인의 생계가 바나나 농업에 달려 있었다. 농부들은 바나나를 고가에 팔 수 있는 EU와의 특혜무역협정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WTO체제는 특혜협정을 무력화시키고 있고 결과적으로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의 생명산업인 바나나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였다.
1993년 유럽연합은 바나나의 총 수입량을 한정하고 수입량 가운데 영국, 프랑스가 과거에 식민지로 지배했던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지역 국가의 바나나를 우선 수입했다. 이는 중남미 지역 등에 진출한 ‘치키타(Chiquita)’, ‘돌(Dole)’등 미국기업들의 불만을 샀다. 결국 미국이 이 협정을 WTO에 제소했는데 EU가 카리브해 지역 수출업자 외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여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01년 미국과 EU는 바나나 무역 분쟁 해결에 합의하여 EU가 미국 및 남미의 바나나 수출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미국은 2001년 보복 관세를 철회했다.
이때부터 카리브해 수출업자는 그들의 특혜 시장을 잃었다. 바나나의 수출을 통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중요한 부문인 농업은 1997년 38%에서 2001년 17.4%로 하락하게 되었다. 이것은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카리브해에 있는 도서 국가들의 경제에는 치명적이었다. 세계경제의 통합은 이러한 작은 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하고 조율이 되는대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 후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한미 FTA는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는 국내총생산(GDP)을 1.99% 증가시키고 일자리도 10만여 개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했다. 한미 간 외교·안보 관계도 강화를 위해서도 한미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한미 FTA 쟁점사항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간 FTA는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시나리오별 감귤가격 추정을 통해 FTA 이행 후에 관세가 없게 되면 kg당 가격이 392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제주 감귤이 수입오렌지에 경쟁할 능력이 없다는 걸 나타낸다.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은 외환환란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웃나라 인 바베이도스(Barbados)는 고통을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냈다.
막연하게 도민을 안심시키려는 정치지도자들의 공약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과 같은 작은 국가마저 강타한 세계화에 따른 고통이 제주경제를 비켜가지 않을 것이다.
WTO체제 하에서 예견되는 어려움을 충분히 알리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고통스럽지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