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이주 여성 10여명 김치 담그기 체험 행사
"직접 만들어 먹는 김치, 참 맛있어요"언뜻 봐서는 우리와 별다르지 않은 한 여인이 갓 절인 배추에 각종 양념을 버무린 빨간 김치를 한 입 가득 물고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24일 오전 북제주군 한림읍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는 국제결혼 이주 여성 10여명이 모여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김치담그기 비법을 전수하는 제주 전통요리 연구가 김지순씨 말 한마디 한마디를 더듬더듬 따라하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레시피에 자국어로 꼼꼼히 메모하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외국인치고는 자연스럽게 "미원 놓지 말아요?" 질문을 던지는 참가자도 있었다.
1999년 필리핀에서 제주로 시집온 파울리나씨(40·한경면 조수리).
제주에서 6년간 생활하면서 시어머니와 김치를 담가봤다는 그녀는 "미원 안 들어간 김치가 더 맛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고 흡족해했다.
결혼 6개월 새색시답게 쑥스러움을 타는 황춘선씨(25·애월읍 유수암)도 "한국 김치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들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오늘 바로 가서도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치 담그기 체험행사는 서부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옥희)이 국제결혼을 통해 북군에 거주하는 이주 외국여성들이 한국문화에 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국제결혼 이주 여성 한국문화교육 '느영나영 두리둥실'의 일환으로 마련된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1월말 현재 북제주군 관내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여성이 79명이 살고있다.
그러나 이주 여성들에게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행사가 이번 한국문화교육이다.
특히 같은 입장의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우리나라의 다양한 음식 만드는 과정을 익히고 우리나라 예절을 배우면서 한국을 빨리 이해해 이웃들과 쉽게 융합해 가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은정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이들이 배우자와 사랑을 키워서 결혼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 이들이 우리문화에 대해 적응해 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다음달 9일까지 올바른 육아방법과 예절문화 체험, 역사, 문화탐방의 기회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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