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도로 이름도 함께 바꿔라
5.16도로 이름도 함께 바꿔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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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ㆍ서부관광도로 명칭을 놓고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는 오는 7월 1일 ‘특별자치도’의 출범에 맞추어 동ㆍ서부관광도로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은 듯싶다. 신문의 제목만 보아도 ‘뜬금없는 도로명칭 변경’‘명칭 왜 바꾸나’ 등등, 급작스레 도로 명(名)을 바꾸는데 따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도로는 당초 동ㆍ서부 '산업도로'라는 이름으로 개통된 후, 얼마 되지 않아 ‘관광도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동부’는 ‘번영로’로 ‘서부’는 ‘평화로’로 바꾸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숨어있지 않느냐’는 판단들인 모양이다.
즉, 문제의 초점은 도로 이름을 너무 자주 바꾸게 되면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첫째이고, 둘째는 전 국민이 애용하는 낱말을 씀으로써 치적홍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7백여 명에게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것만을 가지고 그렇게 쉽사리 바꿀 수가 있느냐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당국의 해명에도 귀 기울일만하다. 국제자유도시로서 ‘번영’과 평화의 섬으로서 ‘평화’를 도로명으로 호칭함으로써, 제주도의 특수성과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표지판도 잘 정비하면 도민이나 관광객들의 혼동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5.16도로 이름은 바꾸지 않고 왜 이들 두 도로만 변경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평화와 번영, 다 좋다. 정말로 호감이 가는 명칭이다. 그래서 약간의 혼선을 빚거나, 조금쯤 업적을 자랑하면 어떠랴 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화’와 ‘번영’은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용어이다. 그런데 ‘쿠데타’는 어떤가. 부정적이고 비민주적인 단어가 아닌가.
5.16은 한때 ‘혁명’으로 미화하여 불려 지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쿠데타로 개념 정립이 되어있다. 동기야 어쨌든 무력으로 합헌정부를 무너뜨리고 장기간 독재를 한 것이 5.16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확실한 이상, 5.16은 이제 더 우리 제주도에 안주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제주도는 5.16과 무관하기 까닭이다. 굴절된 역사도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면 서울의 한강로나 김포가도에 그 이름을 붙이는 게 오히려 걸맞을 것이다.
1961년 5.16당시 이른바 혁명군이 이 도로를 타고 서울로 진입을 했으니까 하는 말이다. 아마 그 지역 주민들이 반대를 할 터이지만.
지금은 5.16이라는 명칭을 쓰는 데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5.16광장은 여의도 광장(공원)으로, 5.16장학회는 정수장학회로 그 명칭을 바꾼 지 오래되었다. 다만 ‘5.16민족상’인가 하는 상(賞)하나만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5.16도로 명칭을 바꾸라’는 주장을 한지 올해로 15년째이다.
아직도 5.16이라는 길 이름이 건재한 것을 보면 질기기도 어지간히 질긴 모양이다.
그렇다고 당국이 개명(改名)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마다 역사성이 어떻고, 도민 혼란이 어떻고, 사회적 비용이 어떻고 하면서 번번이 퇴자(退字)를 놓았다. 묘한 구실을 달며 보류를 해온 것이다.
우리 제주도 한라산 기슭의 ‘아름다운 숲길’이 결코 쿠데타 도로가 될 수는 없다. 거듭 말하지만 5.16은 이 도로와 아무런 관계도, 역사성도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16이후에 이 도로가 뚫린 줄 알고 있으나, 이 길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개설이 되었다.
5.16의‘정통성’과 당시 정부의 ‘제주도 사랑’을 강조하기 위하여 억지로 명명한 이름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ㆍ서부관광도로 이름을 변경하는 차제에 5.16도로 명칭도 함께 바꿔라.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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