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너나 잘하세요"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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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분열 키우는 선거바람


바람이 분다. 꽃 허리 간지럼 태우는 봄바람이 아니다.
이른바 ‘선거바람’이다.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를 앞둬 부는 이 바람은 정상이 아니다. 고약한 돌개바람이다.
봄바람이 물오르는 가지에 기운을 다스려 꽃을 틔우는 생명의 바람이라면 선거바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과 분열만을 키우는 증오의 바람이다.
대개의 경우 선거바람은 남을 끌어내려 짓밟고 저주와 증오를 동반한 야만적 광기(狂氣)에 기초하고 있다. 마비된 이성이 그 바람막이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그의 장점도 긍정하면서 나의 품격을 도드라지게 하는 ‘포지티브 바람’이 아니다. 남의 허물과 약점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음해와 마타도어를 생산하는 천박하고 품질이 나쁜 ‘네거티브 바람’이다.
그래서 선거바람에는 시궁창 악취가 풍긴다. 저자거리 왈패들의 외설적인 야유가 묻어있다. 그래서 선거 바람 속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거지는 살똥스럽다. 

남 깔아뭉개는 독설만 난무

최근 ‘5.31 선거’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를 우연히 만났다.
“고생한다”는 수 인사에 돌아온 화답은 “도그(dog)도 피그(pig)도 다 나와서 설치니...”였다.
우스개였을 터였지만 개나 돼지가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나 도의원이 된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자신은 개나 돼지의 부류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나온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무리 선거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짓밟아 이기는 게임이라 해도 자기만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개나 돼지로 봤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남에 대한 비방은 자기의 콤플렉스(complex)에서 나온 것이거나 남을 깔아뭉개는 오만과 독선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지나친 콤플렉스와 과도한 프라이드(pride)가 혼재돼 남에 대한 독설과 비방을 일삼는 정신적 장애를 콤프라이드(compride)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한다. “말로 입은 상처는 칼 맞아 입은 상처보다 더 깊고 아프다”는 말도 있다.
모두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다.

'5ㆍ31'선택과 책임은 도민 몫

그런데도 최근 선거바람을 타고 흘러 다니는 말들은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온갖 악덕과 협잡과 비열함으로 포장된 증상모략과 상대에 대한 음해성 흑색선전이 악취를 풍기며 날아다니고 있다.
보기가 안타까워 잘못을 지적하면 이내 “너나 잘하세요”라며 잔뜩 비웃음을 배어 문 시니컬한 반응이 날을 세워 돌아온다.
요즘 제주의 선거분위기가 이렇다. 그래서 벌써부터 선거후유증이 걱정이다.
‘5.31 선거’는 제주도와 제주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매우 중요하고도 뜻깊은 선거다.
7월1일 출범하는 사상 초유의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와 도의원을 뽑아 제주를 새롭게 세우는 날이기 때문이다.
애교있게 과장한다면 ‘제주특별자치공화국’의 주춧돌을 놓는 역사적인 날이어서 그렇다.
그래서 도민의 신성하고 깨끗한 한 표 한 표는 바로 제주의 운명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5.31 선거’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우리 함께 잘해봅시다”는 화합과 일치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원년을 멋있게 장식하고 특별자치도민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뽐내야 할 것이다.
도민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넓게 열어 ‘도그’나 ‘피그’같은 부적격자를 가려 심판하고 참신하고 성실하며 능력 있는 참 일꾼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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