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31일 치르게 될 지방선거가 70일 안으로 다가서고 있다. 올 들어 1월 31일부터 도지사 출마희망자의 ‘예비후보자등록’이 접수돼 벌써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지난 19일부터는 도의원 ‘예비후보자등록’도 실시되어 이제 본격적인 득표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워낙 까다로워서 당장에 적발되는 위반 건수(件數)는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다. 위법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5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가 하면, 후보자 측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잘못 받았다가는 수수(授受)금품 상당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납부해야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그래서 모든 주민이 즐겨야 할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너무 경직되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마음대로 후원이나 지지 표명을 하지 못한 채 ‘행여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모습들이 흥겨워야 할 잔치분위기를 흐려 놓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효과적인 운동을 전개할 수 있게끔 연구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완전한 공명선거가 정착될 때까지는 강력한 규제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유권자들이 위법 부정선거를 배척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를 스스로 실행해 나간다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법령은 준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승부(勝負)를 걸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항상 되뇌는 소리가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용이하지가 않다. 우리는 원래 여러 가지 인연을 중시하는 ‘정(情)’의 민족이요, 특히 족보를 중심으로 ‘가문(家門)’을 절대시하는 전통 숭상의 국민이다. 쉽게 바뀌어 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욱이 광복 후 60여 년 동안 길들여진 잘못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정말로 어렵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선하기는 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 민주국민이 된다. 아무리 세계경제 10위권이 어떻고, IT강국이 어쩌니 한다고 하더라도 정신적?도덕적으로 앞서 나가지 못하면 늘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꺼번에 ‘권당’이나 ‘동네’를 저버릴 수는 없다는데 있다. 점차적으로 여기에서 탈피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아무리 친척이지만 과연 능력(能力)이 있는 사람인갗 ‘가까운 동향인이기는 하나 인품(人品)은 어떠한 갗 ‘같은 학교 선배이기는 한데 충분한 지식(知識)은 갖추고 있는 갗 등등을 신중히 판단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선거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행위이다. 인정상으로는 미안하겠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번 선거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진출하였으면 한다. 시?군이 폐쇄되는 마당에서 특별자치도에 걸 맞는 의회운영과 의정활동을 하려면 전문지식을 지닌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산업?경제?국제’분야를 위시하여 ‘법률?사회복지?환경?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인재들이 당선되었으면 싶다. ‘교육’은 마침 소정의 교육경력을 가진 자가 도의원 겸 교육의원을 하게 돼있어 이 분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고, 직선에 취약한 ‘여성’의 경우에도 각 정당마다 여성 후보들을 비례대표 선순위(先順位)로 등록할 것이 기대되고 있어 이 또한 일단은 안심할 수 있을 터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품수수 등 이른바 타락선거 양상이 크게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1950년대?60년대의 금권?관권선거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점진적으로 연고지상주의(緣故至上主義)도 우리들의 뇌리에서 멀어지게끔 해야 한다. 이번 선거야말로 능력과 인물 그리고 전문지식과 정책대결로 판가름 내야 된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