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걱정이다”
더 이상 감귤유통명령제 시행도 기대하기 어렵고 2년 연속 감귤 값 고공행진에 따른 신규 과원과 폐원지에 다시 감귤묘목을 심는 농가가 생겨나면서 이를 걱정하는 농협 관계자의 말이다.
2004년산 감귤은 농민의 부채를 해결했다. 2005년산 감귤은 농가에 돈을 쥐어주었다. 간만에 웃음보따리가 풀어헤쳐진 감귤농가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
그러나 이 상태로 놔두면 감귤 값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감귤만 과일이 아니다. 때문에 제주지역에 한해 유통명령제 시행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비상품 유통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품출하도 중요하지만 당도 높이는 일은 더 중요하다.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은 최고의 맛을 원한다. 감귤을 위협하는 맛좋은 과일은 지금 소비자 곁에 수북이 쌓여 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감귤생산은 농가에 주어진 최대 최고의 숙명이다. 지금 이대로 놔두면 좋은 값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맛좋은 감귤을 생산하고 좋은 값을 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감귤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햇빛 잘 받는 감귤이 덜 받는 감귤보다 맛있다. 감귤 농가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밀식감귤원에 대한 1/2간벌의 당위성이다. 제주도와 4개 시군, 농협과 감협이 이를 정책화하고 범도민운동으로 승격, 추진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값 안 좋으면 버리고 도청에 가서 “해결해 달라”며 시위하고 항의하는 그런 때는 이미 지났다. 스스로 문제를 의식,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싸야 사 먹는다는 말’,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간벌도 양극화
DDA(도하개발아젠다), FTA(자유무엽협정) 등 시장개방 확대와 급속한 농업환경 변화는 농촌의 글로벌시대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내가 만든 상품을 팔기 위한 생존 전략은 농업인 스스로에 달려있다.
자기가 만든 상품은 팔겠다고 하고 남의 만든 물건은 들어오지 말라는 자기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만연하다. 그중의 하나가 이른바 ‘무임승차’다.
남들은 다 /12간벌하는데 자신은 하지 않다가 남보다 더 많은 감귤을 생산해 이득을 보려는 행위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공무원, 농감협 직원 감귤원은 모든 감귤정책의 우선 순위다. 1/4간벌, 1/2간벌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자신 소유 농가는 무조건이다. 때문에 볼멘소리도 나오곤 한다.
“하는 데만 하고 안하는 곳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특히 서귀포지역 감귤농가가 간벌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지역은 타 지역보다 더 관리를 잘하고 맛도 훨씬 좋은데다 상인들이 선호하고 있는데 왜 간벌을 하느냐”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더 좋은 감귤을 생산하기 위한 1/2간벌은 감귤농가의 적극적 참여없이는 불가능하다.
1/2간벌 양극화현상의 주 원인이다.
농가 자발참여가 관건
올해 간벌목표는 1070ha. 그러나 15일 현재 농가의 간벌신청량은 384.2ha로 목표대비 36%에 불과하다. 간벌실시면적은 273.7ha로 계획대비 27%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2년 연속 감귤 값이 좋다보니 올해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데다 간벌에 따른 수량감소를 우려, 1/2간벌을 기피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감귤산업은 농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 FTA와 DDA협상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은 감귤산업을 위기로 몰고 있다. 농업 글로벌 시대의 감귤산업 경쟁력 확보는 고품질 감귤 생산뿐이다.
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 품질경쟁력을 갖춘 감귤생산이라야만 된다.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감귤원 1/2간벌에 농가의 자발적 참여가 첫째 조건이다.
제주도와 4개 시군은 1/2간벌 참여농가에게 감귤하우스 시설사업, 감귤우량품종 갱신 등 28개 사업에 351억원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도, 시․군, 농․감협별로 지역책임제를 강화, 지역담당 마을에 대한 목표량 달성에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감귤원 1/2간벌 사업추진에 행정력만 동원되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가 감귤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김 용 덕 (경제부장)